2025 서울빛초롱축제 그 고운 빛!

by 정석진

364개의 날들이 손에 쥔 모래알처럼 썰물이 되어 다 빠져나가고 딱 하루만 남았다.

참여하는 이런저런 모임들이 별로 없어서 연말이라도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다. 12월 끝 달을 심심하게 마무리 지을 즈음, 포인트처럼 합창단 소모임 마라톤 동호회 송년회 식사 자리가 마련되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부부 동반으로 시내 나들이를 나선다. 떡 본 김에 굿을 한다고 기왕 나가는 길에 서울빛초롱축제도 구경하기로 했다. 모든 순간은 선택으로 인해 모양과 빛깔이 달라진다. 밋밋한 일상은 변주로 인하여 반짝인다. 몸을 부지런히 놀리면 눈과 마음이 풍성할 수 있다. 이벤트나 축제는 누군가가 정성으로 차려놓은 만찬상이다. 나만의 특별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즐겁게 누리기로 한다.

날이 차서 단단히 준비를 마쳤다. 아내와 내가 곰돌이 푸가 되었다.


종각에서 전철을 내려 광교로 걸으니 도심 거리에는 인파들로 넘쳐난다. 성탄이 지났지만 우리도 덩달아 들뜬 기분이 든다. 축제로 청계천 입구에는 사람들로 꽉 찼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세심한 조치가 눈에 띈다. 중간에 멈춰서 사진 찍기 없기, 우측으로만 통행하기로 질서 있는 관람을 이끈다.


날씨가 엄청 추워서인지 빛초롱축제 불빛이 더 찬란히 빛나고 정겹고 따스하게 다가온다. 예전보다 더 화려해지고 풍성한 느낌이다. 저녁 어둠을 배경으로 다채로운 불빛으로 빚어지는 환상적인 풍경은 마음을 혹하게 만든다. 사람들의 단단하게 굳은 마음을 스르르 푸는 힘이 있다.

조형물은 우리 전통적인 맵씨를 뽐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근대적인 생활 모습과 오늘날 유행하는 캐릭터까지 다채롭다. 무엇을 상징하고 무엇을 나타내는지 다 알지는 못해도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정말로 궁핍했던 시절의 허름하고 누추했던 청계천 판잣집은 세월이 변하여 아름다운 기억과 추억으로 변모했다. 구차스러운 티는 다 벗어 버리고 옛날 옛적에 호랑이가 살았던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었다. 그 옛날 맑은 청계천에서 고기를 잡으며 놀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좁은 청계천 인도가 꽉 차서 붐빈다. 외국인들부터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부부들, 그리고 연인들, 가족단위, 친구들로 저마다 추억을 쌓느라 분주하다. 구경하느라 추위는 저만큼 사라지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송년행사로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잘 가지 않는 편이지만 오늘처럼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한 해의 끝자락을 맞이하는 것도 나름 괜찮은 것 같다.

조형물의 세심함도 놀랍다. 공작이 아름다운 꽁지깃을 활짝 펼치고 불까지 내뿜는다. 극적이고 멋진 연출에 사람들의 발길이 멈춘다. 나도 한참을 서성였다. 주최 측의 기획력도 대단하다. 저마다의 소원을 적어 매달아 놓았다. 그들의 간절한 바람들이 한쪽 벽면을 빼곡하게 채웠다. 모두의 꿈들이 다 성취되었으면 좋겠다.

독서에 진심이라 책과 관련된 조형물을 보니 반갑다. 책을 여러 권 쌓아놓은 위에 부엉이가 자리를 잡고 책을 읽는 모습이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진에 담았다. 독서클럽 멤버들과 나누고 싶어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꼼꼼히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 좀 더 많은 양서들을 독파하고 싶다.

축제 끝 부분에는 빛들로 넘쳐난다. 신비로운 레이저 빛들이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폭죽이 터진듯한 조명들로 축제의 분위기가 더해진다. 정적인 불빛도 감동적이지만 역동적인 불빛은 사고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매력이 있다.

광화문 거리가 확 달라졌다. 뉴욕의 스퀘어가든처럼 화려하게 변모했다. 동아일보 건물의 벽면이 선명한 화면들로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는다. 그림의 선명도가 엄청나다. 우리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왜 세계 최고 인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런 기획 하나하나가 모여 광화문이 명소로 탈바꿈할 날이 멀잖은 것 같다.

성탄이 지났지만 시청 앞의 크리스마스트리도 프레스 센터의 화천 산천어 축제 광고 조형물도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근사한 시간을 보냈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었으면 좋겠다. 귀한 추억 하나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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