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에 이런 일이!

기분 좋은 첫날을 맞다

by 정석진

새해 첫날인데도 늦잠을 잤다. 2025년 마지막 밤을 느긋하게 보냈기 때문이다. 간밤에 송년예배에 다녀왔고 그 이후로 딸, 아들 온 가족이 모두 모여 새해맞이 축하의 시간을 가졌었다. 부지런한 이들은 벌써 산에 다녀와 일출 사진을 보내온다. 예전 같으면 그런 열정에 부러움을 느꼈지만 지금은 담담하다. 마음이 편해져서일까? 매사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삶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아내가 소고기와 황태를 넣고 푹 고아서 깊은 맛을 담은 떡국을 끓였다. 요리에 관심이 많고 요리도 잘하는 아들은 일찍 일어나 소고기를 구웠다. 평소라면 여전히 한밤중일 테지만 오전에 여자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일찍 일어났다. 새로 담은 김장김치도 식탁에 올랐다. 가족들이 함께 둘러앉아 맛있는 떡국을 먹노라니 감사한 마음이 인다.


여유로운 기분으로 귤을 까먹으며 TV를 본다. 무위도 좋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첫날이니 성경을 먼저 펼치고 하나님 말씀을 듣는다. 올해 교회의 모토인 그리스도를 본받는 삶에 맞춰 사람들을 미워하는 마음을 품지 않기로 결심했다. 시편을 통해 하나님을 경외하는 가정의 축복을 돌아보고 그런 한 해가 되기를 기도했다. 해리포터를 열심히 읽어서 기분 좋게 이번 주 읽을 영어원서 분량을 해치웠다. 숙제를 미리 해내서 기쁘다.

첫날이니 달리기를 하기로 한다. 당연히 아내도 함께다. 인근에 사는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에게도 뛰자고 톡을 날린다. 그렇게 외대운동장 달리기 번개모임이 성사되었다. 춥기는 하지만 햇살은 따스하고 날은 티 없이 맑아 달리기에 그만인 날씨다.

외대에 아내와 가는데 비둘기 한 마리가 도로 한복판에서 푸드덕 거린다. 놀라운 광경에 발길을 멈춘다. 아뿔싸! 비닐봉지가 비둘기 목을 감고 있다. 날개까지 봉지에 끼어 날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한다. 그대로 뒀다가는 차에 치거나 굶어 죽게 생겼다. 비둘기를 구해주기 위해 망설임 없이 나섰다. 녀석은 겁이 나는지 내빼느라 바쁘다. 날지를 못하니 당연히 멀리 가지도 못한다. 천만다행으로 비둘기를 붙잡았다. 가녀린 몸짓이 전해진다. 추운 날이라 비둘기의 몸이 따뜻하다. 난생처음으로 살아있는 비둘기를 손 안에서 느끼니 전율이 인다. 비둘기 목에서 비닐봉지를 벗겨낸다. 내 목에 두른 착고를 벗는 듯 시원하다. 비둘기를 놓아주기 전에 아내가 "잠깐"을 외친다. 동물을 유난히 사랑하는 딸에게 이 사건을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생명을 구했다고 생각하니 왠지 뿌듯하고 기쁘다. 그것도 새해 첫날 일어난 일이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달리기 동료들과 함께 모여 한 시간을 달리고 외대 앞에 있는 분식집에서 간단히 간식을 즐겼다. 운동을 하고 난 후라 더 즐겁고 행복하다.

올해 시작이 아주 좋다. 한 생명도 구하고 운동도 해냈으니 말이다. 2026년은 아주 멋진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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