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산행

올해 첫 산행으로 불암산을 오르다

by 정석진

올해 첫 산행이다. 한파가 몰아치는 추운 날이지만 망설임 없이 문 밖을 나선다. 그간 주기적으로 산을 올랐는 데, 한동안 쉬다 산을 찾아가는 길이라 마음도 살짝 들뜬다. 꽁꽁 언 겨울산을 올라야 하기에 아이젠도 챙기고 털모자에 가죽장갑 그리고 방한복으로 중무장했다. 오늘은 가볍게 불암산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약속시간에 자주 늦어 지각대장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올해는 이 오명을 떨치려 서둘렀는데도 결국 또 늦었다. 길치라서 가본 곳인데도 또 헤맨 덕이다. 버스 정류장을 잘못 찾아, 왔다 갔다 하는 통에 시간을 다잡아 먹었다. 택시를 타려고 해도 잡히질 않았다.


결국 버스를 몇 번 갈아탄 끝에 10분을 지각했다. 헤맨 것 치고는 다행이다. 늦어도 성내지 않는 좋은 형들을 만나 산뜻한 산행을 시작한다. 메마른 산의 차가운 공기가 상쾌하면서도 몸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부지런한 이들은 벌써 하산길이다.

많은 이들이 오가는 길이라 땅에 떨어진 소나무 낙엽들이 가루가 되어간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겨울 산행은 주변 풍경보다는 스스로 상념에 빠져드는 여정이다.


꽤 산을 올랐음에도 능선을 걷다 보니 추운 날씨 탓인지 잔뜩 껴입었어도 쉬 땀이 나지 않는다. 어제만 해도 미세먼지가 심했지만 오늘은 산행하기에 쾌청한 하늘이다.

가는 길에 솔방울이 많이 떨어졌다. 2년을 걸쳐 익은 열매가 제 몫을 다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다. 진퇴를 분명히 할 때는 미련이 남지 않는다. 흔연히 제 길을 가는 삶은 깨끗하고 아름답다.


능선을 지나 봉우리를 오르니 숨이 차고 땀이 난다. 평탄한 길을 걸으면 편하지만 운동은 되지 않는다. 힘들어야 몸도 단련이 되는 것이다.

천보사로 빠지는 오솔길에 돌계단이 이어진다. 놓인 돌마다 세월의 더께로 푸른빛을 머금었다. 부드럽게 굽어진 숲길이 꽤 운치가 있다. 평범한 산길이라도 애정을 담아 보면 달라지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물이 흐르지 않는 계곡에 하얀 얼음이 덮였다. 땅에서 조금씩 스며 나는 물이 계속해서 얼은 결과다. 티끌 모아 태산을 이뤘다. 이처럼 작은 것도 쌓이고 모이면 눈에 띄는 큰 변화를 얼마든지 가져올 수 있다.

소나무를 빼고는 모두 다 겨울잠에 빠져든 숲에도 봄의 자취가 어린다. 여린 진달래 가지마다 꽃눈이 부풀었다. 입춘이 지나 봄은 슬슬 문 밖을 나설 준비를 마친 것이다. 산사의 목련도 마치 꽃을 피운 듯 탐스럽게 꽃눈이 달렸다.

진달래
목련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어도 산길은 넉넉히 걸었다. 가벼운 산행으로 점심은 뜨끈한 설렁탕이다. 진한 국물에 맛깔난 김치를 곁들여 성찬을 즐기고 고운 카페에 들러 진한 커피를 마신다. 함께 추억을 나누고 삶을 나눈다.

같이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나눌 이들이 있어 행복하다. 기분 좋은 첫 산행이다.

#산행 #불암산 #겨울산 #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