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철원 한탄강 물윗길

한탄강 물 위를 걸었다.

by 정석진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늘, 아내와 철원 한탄강 물윗길을 걸으러 갔다. 이곳은 예전부터 아내가 가고 싶어 했던 장소다. 요사이는 초등학교에 늘봄강사로 주 당 4일을 나가는 바람에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힘들어졌다. 아내도 출근을 하기도 하고 강의가 없는 날에는 지인들과 등산을 다녔기 때문이다.

한탄강은 장대한 세월이 빚어낸 주상절리로 이름난 명소로 여름에 이미 다녀온 적이 있다. 수려한 경치와 신기한 주상절리가 인상적인 곳으로 한 번쯤 가봐야 할 우리나라의 명승지 중 하나다. 강물이 어는 한겨울이 되면 물윗길을 조성해서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트레킹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꼭 한 번 오고 싶었다.

평일이라 교통이 원활해서 금방 갈 줄 알았는데,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서울에서는 꽤 먼 길이었다. 모처럼 야외 나들이라 아내는 출발부터 즐거워했다. 가는 길에 찹쌀 꽈배기도 사 먹고 음악 방송을 들으며 간만의 여유를 누렸다. 부부가 함께 나이가 들어가며 같은 취미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사전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타입이라 정확한 장소도 모르고 갔는데, 다행히 제대로 장소를 찾아갔다. 순담계곡에서 티켓을 구입하고 입장했다. 트레킹 마감 시간이 오후 4시 40분 까지라 시간이 빠듯했다.

눈이 내렸다면 더 멋진 풍광을 만났겠지만 잔설이 여기저기 남은 경치도 충분히 볼만했다. 강물 위로 부교가 놓였다. 깔린 블록이 볼록해서 주의해서 걷게 된다. 등산화를 신어서 발자국 소리가 쿵쿵 울린다. 대부분 강물이 얼었지만 녹은 곳은 걸을 때마다 출렁거린다. 처음 경험해 보는 신기함에 마음도 들뜬다. 날은 춥지만 바람이 세지 않아 괜찮은 것 같은데 장갑을 벗으면 손이 엄청 시리다.

큰 바위들 사이로 세차게 흐르는 강물 소리가 상쾌하다. 수정 얼음 사이로 보이는 강물은 아주 맑다. 북유럽 사람들은 한겨울에 얼음을 깨고 냉수욕을 즐긴다는데, 이곳은 한 번쯤 따라 해보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막상 물에 들어가려면 비수같이 차가운 냉기에 심장마비가 올지도 모르지만....

트레킹 코스 내내 물윗길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간간이 강안도 걷는다. 마른 억새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길과 둥근 조약돌이 놓인 길과 모래사장을 지나간다. 주상절리길은 위에서 강을 내려다보며 걷지만 물윗길은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며 걸어간다. 강의 속살을 보게 되는 것이다. 소나무와 암벽이 멋진 경관을 이루고 있다. 의외로 주상절리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탄강의 물길이 마그마가 흐르며 남긴 자취라고 하니 참으로 경이롭다. 집채만 한 바위 크기부터 작은 조약돌까지 강은 온통 돌들의 무대다. 무수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부서지고 깎이고 마모된 크고 작은 바위들의 다채로운 모습이 흥미롭다. 마치 조각처럼 신기한 바위 하나하나에 이름도 붙일 수 있을 것 같다.

한탄강의 시그니처인 고석정은 한여름의 눈부신 자태가 아니다. 주변 풍경에 녹아들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빙벽이고 고드름이다. 마치 은발을 드리우듯 절벽에 고드름이 달렸다. 트레킹 끝자락에 온통 얼음으로 뒤덮인 소나무 숲은 인공으로 조성한 것 같은데 또 하나의 볼거리다. 한겨울을 실감하게 만드는 눈과 얼음의 세상 풍경이다.

고석정

오가는 길에 만난 새들도 반갑다. 흰눈썹할미새 한 쌍이 바쁘게 오간다. 흰뺨검둥오리 몇 마리가 자맥질하며 유유자적하는 모습도 귀엽다.

흰뺨검둥오리
흰눈썹할미새

풍경에 이끌려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자연에 깊이 빠져들어서인 지 꽤 걸었지만 힘든 줄도 모르겠다.

한탄강 물윗길은 한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멀리서 바라봐야 했던 내밀한 강안의 풍경을 가까이서 세세히 볼 수 있었다. 물 위를 걷는 느낌도 색다르다. 누구나 한 번쯤 누릴만한 한겨울의 낭만이다.

입장료에서 돌려준 철원 상품권으로 입구 예쁜 카페에서 즐긴 차도 아주 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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