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워라, 북한산 백운대

북한산 등반기

by 정석진

이월의 끝자락에 북한산을 찾았다. 산을 좋아한다고 자부하면서도 부끄럽게도 북한산 백운대는 난생처음 올랐다. 북한산은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중 하나다. 북한산이 명산이라는 것은 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오늘 직접 가서 보고 나니 그 진가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백운대의 놀라운 경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산행 출발은 우이동이다. 오전 9시 반에 일행 세 사람이 만나 해장국이 유명한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가기로 했다. 선지해장국은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지만 나는 담백한 황태해장국을 선택했다. 꽤 긴 시간을 걸어야 했기에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등반한 것이 결과적으로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


날이 많이 풀려 안에는 얇은 옷을 겹쳐 입고 겉은 얇은 패딩으로 비교적 가벼운 복장으로 산행을 나섰다. 아닌 게 아니라 산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겉옷을 벗어야 했다. 혈기 왕성한 일부 젊은이들은 아예 반팔 차림이다. 그럼에도 산은 여전히 겨울을 입고 있다. 계곡 응달에는 여기저기 얼음이 보인다.

산초입에서 특이한 것이 눈에 띄었다. 엉뚱하게 앙상한 나뭇가지에 푸른 잎 하나가 달렸다. 너무 신기한 마음에 다가가서 보니 잎이 아니라 고치였다. 산누에나방의 고치인데 빛깔이 진초록 빛이다. 모양과 색이 참으로 오묘하다. 잎이 지기 전에는 아주 훌륭한 위장이었을 것 같다. 자신을 지키고 추운 겨울을 슬기롭게 이겨내는 곤충의 지혜가 놀랍다.

처음에는 꽤 지루한 길이 이어진다. 겨울 산은 황량하기 때문이다. 나목들과 땅에 뒹구는 낙엽 그리고 고스란히 드러난 바위들은 삭막해서 별 감흥이 없다. 나도 그저 묵묵히 걷는다. 자연을 느끼게 하는 것은 간간이 만나는 소나무와 노간주가 달고 있는 바늘잎들이 품고 있는 빛깔들이다. 단조로움을 깨우듯 가끔씩 박새의 맑은 노래가 들린다.

산마루에 오르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암봉들이 이어진 산의 자태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마치 귀한 것을 꼭꼭 숨겨놓았다가 펼쳐놓은 것을 발견하는 기분이다. 같은 풍경이라도 주의를 기울이면 다르게 보인다. 시선에 애정을 담으면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 검푸른 빛이 감도는 산들이 중첩되어 아스라이 이어지는 풍경은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높은 산을 오르는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바위와 소나무는 완벽하게 잘 어울린다. 붓을 놀릴 솜씨가 있다면 당장이라도 한 폭의 산수화를 그리고 싶어질 만큼 매력적인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멀리 산사의 일주문이 보석처럼 박혀있다.

북한산의 명물인 인수봉의 늠름한 자태가 눈에 들어온다. 저절로 만세 소리가 터져 나온다. 참으로 장엄하다. 대단한 사람들은 엄청난 그곳을 오른다. 사람들의 용기가 참으로 가상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웅대한 자연의 모습에 압도된다. 서울 근교에서 이렇게 멋진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북한산성의 암문을 지나 본격적으로 백운대에 들어선다. 높이 오를수록 깊은 산세가 마음을 끈다. 바윗길을 오른다. 인수봉의 후면도 볼 수 있어 새롭다. 곳곳에 자연이 빚어낸 기묘한 바위들이 포진되어 있다.

드디어 정상이다. 놀라운 경치에 감탄이 이어진다. 거대한 바위들이 구성하고 있는 산세가 경이롭다. 구태여 중국에 있는 태산을 굳이 찾아가 볼 필요가 있을까 할 정도로 웅장한 자연의 모습에 푹 젖어든다. 이렇게 멋진 곳을 이제야 왔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나만 즐기기 아까운 마음이 들 정도다. 함께 온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인다. 좋은 벗은 이렇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편히 앉아 발아래 세상을 바라보며 이 시간을 즐긴다. 거칠 것 하나 없이 사방팔방을 돌아볼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한다.

평일이지만 꽤 많은 이들이 백운대를 찾았다. 떠돌이 개 한 마리도 있다.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바라지만 손길은 허용하지 않는다. 자신을 버린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리라. 하산길에도 푸른 하늘을 이고 있는 암봉들에 눈길을 거둘 수 없다.

내려오는 길이 다소 지루했지만 매혹적인 경치를 만난 뿌듯함으로 즐겁게 하산했다. 대동문을 거쳐 4 19 탑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오전 10 반에 올라 오후 5시에 내려왔으니 꽤 많은 시간을 걸었다. 피곤하고 시장했는데 맛난 화덕 생선구이집에서 기분 좋게 해소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멋진 이월의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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