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경정공원
봄이 실종되었다. 반팔 차림인데도 한낮은 벌써 후덥지근하다.
미사나무고아원에서 상쾌한 아침을 맞았다. 이어지는 교회 행사를 잘 마치고 점심을 위해 미사 강변길을 걸었다. 산책로는 흙길로 걷기에 편안하고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이 여유로워 보인다. 길 양편에는 잎이 자란 가로수들이 줄지어 서서 싱그러움이 묻어난다. 산책로 옆 자전거 도로에는 싱싱한 젊음들이 기운차게 페달을 밟는다. 젊음의 계절이 찾아왔다.
인근 식당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 가기 전에 소화도 시키고 겹벚꽃도 볼 겸 경정공원으로 향했다. 한낮의 햇살이 무척 따갑다. 땀이 날 지경이다. 4월인데도 온도계는 계절을 잊어버린 것 같다.
화창한 날이라 주위가 온통 밝고 환하다. 때를 만난 철쭉이 눈 가는 곳마다 활짝 피어 우리를 반긴다. 샛노란 민들레는 어디나 얼굴을 내밀고 있는데 반가운 토종 민들레도 보인다. 백의민족답게 흰빛이 선명하다.
경정공원에 들어서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만발한 겹벚꽃 사이로 사람들이 넘쳐난다. 사람들의 표정에도 봄이 무르익었다. 겹벚꽃은 경쟁을 피하듯 흰 벚꽃이 지고 난 뒤 핀다. 단아한 벚꽃에 비해 겹벚꽃은 치장한 여인처럼 화려하다.
겹꽃은 홑꽃에 비해 꽃잎이 10배 이상 많아서 꽃이 풍성하다. 아름다움을 얻은 대신에 치른 대가는 결실이 어렵다는 것이다. 잘 차려입은 듯 귀티가 난다. 겹벚꽃은 꽃도 크다. 우아한 꽃들로 고급스럽게 장식한 거리를 흥겹게 걷는다. 꽃에 취한 이들은 하나같이 즐거운 표정이다. 미향에 홀리듯 나도 분위기에 젖어 꽃에 빠져든다.
이곳에는 꽃사과도 자란다. 희고 붉은 꽃들이 만찬을 벌인 듯하다. 특히 메이플 사과꽃은 요염하게 붉어서 아예 검은빛을 띠었다.
푸른 하늘 아래 정오의 눈부신 햇살이 꽃송이 위로 내려앉는다. 화려한 봄의 성찬이 한창이다. 이 호시절을 누리지 못한다면 너무 슬플 것 같다.
절정의 겹벚꽃이 베푸는 잔치에. 조대되어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일부러 시기를 맞춘 것은 아니지만 마치 개화시기에 맞춰 봄나들이를 나온 것 같다. 올봄은 그다지 섭섭하지 않을 것 같다. 부지런히 봄을 찾아 충분히 즐겼으니 말이다.
#겹벚꽃 #미사 #경정공원 #봄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