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의 숨은 매력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야경에 흠뻑 빠지다

by 정석진

부지런해야 얻는 것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발품은 공짜가 아니다. 반드시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 오늘 그 사실을 톡톡히 깨달았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동대문 나들이를 했다. 나이가 들어서 누리는 특권 한 가지는 거절과 승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태여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 하기 싫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좋은 이들이 곁에 많아야 한다. 그래야 무엇을 하고 싶을 때 부담 없이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오늘도 없던 계획을 만들어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초등학교 생태환경놀이 수업을 마치고 시간이 나서 톡을 날렸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간단히 커피 한 잔 하고 헤어지려 했는데 장충동에서 만나는 바람에 커피를 마시기 전에 족발로 저녁을 먼저 먹기로 했다. 전부터 맛집을 발견했다고 가기로 했는데 내친김에 그곳을 간 것이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가려던 식당은 휴무여서 근처 식당으로 가야 했다.

카페 콘하스

그곳도 음식은 나쁘지 않았다. 족발과 녹두부침개로 그런대로 근사한 저녁을 먹고는 근처에 있는 콘하스 카페로 향했다. 카페는 5층 건물로 빈티지하면서도 품위가 풍기는 곳이었다. 커피가 맛있다고 찾아갔는데 함께 곁들인 케이크와 쿠키도 입을 즐겁게 했고 소문대로 커피도 우리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통창을 통해 서울 도심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일품이었고 평일인데도 젊은이들이 포진해서 건강한 분위기도 풍겼다. 상당히 핫한 장소였던 것이다. 다과와 커피로 만족할만한 시간을 보내고 일어섰는데 7시가 지났다. 그런데도 여전히 밖은 환했다.


전철을 타러 가는 길에 DDP를 둘러보고 싶었다. 친구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따라나섰다.


DDP 외관에는 조명이 들어오고 있었다. 멀리서 보는 것과 직접 가서 보는 경관은 많이 달랐다. 건물 안으로 들어갈수록 멋진 경치가 저절로 발길을 이끌었다. 뛰어난 건축가의 진면목을 목도하는 순간이었다. 곡선이 빚어내는 우아함을 조명이 더 빛나게 만든다. 기하학적인 면과 선들이 빚어내는 아우라가 곳곳에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적도 드물어 고즈넉한 여유까지 넘친다.

전에도 DDP가 아름다운 건축물인 것을 알았지만 오늘은 더 많은 매력을 맛보았다. 특히 건물 후면부에 숨어있는 너른 광장이 또 하나의 명품이었다. 건물자체도 예술성이 뛰어나지만 후면 광장의 공간을 가로지르는 산책로가 대단했다. 많은 이들이 건물만 둘러보고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웠다. 그만큼 빼어난 공간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산책로를 따라 걸을 때마다 만나는 장면장면이 마음을 움직인다. 도심 한복판에서 널찍한 공간이 주는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누린다. 매혹적인 푸른 밤하늘에 초승달이 떠있다. 이런 멋진 풍광을 우리만 누리는 것은 아닌지 공연히 죄스럽다.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보물이 우리 곁에 있다. 적극적인 홍보로 많은 이들이 DDP의 숨은 매력을 만났으면 좋겠다. DDP를 둘러보는 내내 참으로 행복했다. 따라나선 친구도 같은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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