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틀린 말은 아니다. 기대를 잔뜩 하고 불암산 철쭉 축제장을 찾았는데 적잖이 실망했다. 장소도 좋았고 규모도 대단했지만 꽃이 지고 있는지 주인공인 꽃이 허술하고 빈약했다.
몇 해 전부터 불암산 철쭉이 볼만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간을 내서 가보리라 마음을 먹었었는데 오늘이 기회였다. 정기산행팀이 장거리 등산 계획을 세우다 어그러져 가볍게 주변 산에 가기로 한 것이다.
오후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이른 아침에 동행을 만났다. 4호선 상계역이 축제 장소로 가는 곳이라고 안내가 있어 그곳에서 만나 모닝커피를 즐기고 축제 현장으로 향했다. 지자체의 꽤 큰 행사일 텐데 어느 곳에도 홍보물이 보이지 않았다. 지도를 보면서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가야 했다.
축제장소는 역에서 꽤 멀었다. 산자락에 들어서서도 한참을 걸었다. 가는 길에 위치한 불암산 전망대에서 축제장 전경을 볼 줄 알고 올라갔는 데 숲만 보였다.
아침을 걸러서 배가 고팠다. 전망대 근처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기로 했다. 식탁과 의자가 놓여 있어 편하게 간식을 먹었다. 우리가 앉은 바로 옆에 아주 어린 참나무 묘목이 자라는 것을 동료가 발견했다. 쉽게 밟힐 것 같아 주변에서 큰 돌들을 주워다 둘레를 감싸주었다. 작은 배려지만 이런 마음들이 모여 울창한 숲의 토대가 될 것을 믿는다.
산을 내려가니 드디어 광장이 나타났다. 드넓은 구릉에 온통 철쭉 일색이다. 규모는 놀라운데 꽃보다 잎이 상대적으로 많아 보인다. 더구나 꽃 종류도 가장 평범한 분홍색 한 가지뿐이다. 꽃으로 뒤덮인 압도적인 경관을 기대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철쭉이 지는 시기도 아닌데 많이 아쉬웠다. 아울러 다양한 색깔의 꽃으로 구성했더라면 화려해서 훨씬 보기가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한구석에 남았다. 전경을 사진에 담으니 그나마 좀 낫다.
방문객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꽃이 머무는 곳에는 사람들의 미소도 피어난다. 나도 못마땅한 마음을 털고 즐거움에 동참한다. 산책로를 따라 어린이집 유아들이 병아리들 마냥 선생님 뒤를 졸졸졸 따라다니며 꽃구경하는 모습이 더 예쁘고 사랑스럽다.
꽃구경을 마치고 불암산을 오르는 길에 꽃잔디 밭이 발길을 잡는다. 철쭉의 아쉬움을 달래듯 언덕을 빼곡히 뒤덮어 물감을 칠 한 듯 강렬하다. 일행을 그냥 보내고 나는 뛰어가서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고 사진에 담았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라도 숲을 걸으니 좀 낫다. 처음 가는 코스로 불암산을 오르다 막다른 곳에서 거대한 암벽을 만났다. 무리를 해서 그대로 오르려다 포기를 했다. 위험은 사전에 조심하는 것이 제일이다. 자연 앞에서는 늘 겸손해야 한다.
암벽을 우회해서 산길을 걷다 줄장지뱀을 만났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보기 힘든 작은 동물이라 아주 반갑다. 내려오는 길에도 한 번 더 만나서 생태계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산마루 다다라 식물이 살아가기 힘든 암벽 주변인데도 노간주나무 한 그루가 건강하게 자란 모습이 너무도 늠름하다. 주변 여건을 탓하지 않고 당당히 살아가는 모습이 감동이다. 여름산에 피는 팥배나무가 벌써 꽃을 피웠다. 지구 온난화가 식물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오늘은 상계동에서 시작하여 불암산을 올라 화랑대역으로 내려오는 꽤 긴 산행을 했다. 처음 취지와는 다르게 다소 무게감이 있는 산행이 되었지만 좋은 이들과 동행하며 자연을 누리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불암산 철쭉이 내년에는 많이 달라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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