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발한 노고단 진달래

by 정석진

시골에 내려와 나물을 신나게 뜯고 나서 짬을 내 지리산에 갔다. 본격적인 산행은 아니고 성삼재까지 차로 가서 노고단 까지는 걸어서 오르는 일정이다.

전부터 아내는 소싯적에 가 본 지리산을 가고 싶어 했다. 고관절이 좋지 않아 등산은 무리지만 길을 걷는 것은 괜찮아서 그 코스는 아내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 가게 되었다.


다슬기로 점심을 먹은 식당에서 성삼재 주차장 까지는 차로 한 시간 거리라 무리가 되지 않았다. 차는 구례읍을 지나 지리산에 들어서서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고 또 오른다. 지리산은 남한에서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산으로 최고봉인 천황봉은 무려 해발 1,916미터다.

성삼재 주차장도 만만치 않다. 해발 1,090미터다. 걸어서 오르려면 쉽지 않은 거리고 높이다. 다행히 도로가 개통되어 차로 편하게 오를 수 있으니 거동이 쉽지 않은 이들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목적지인 노고단도 1,507미터로 상당히 높다.

노고단에 오르기 전에 전망이 좋은 시암재 휴게소에 들러 진한 커피를 마시며 지리산을 한눈에 담았다. 중첩되는 산봉우리가 물결처럼 이어지고 아스라이 구례읍이 보인다. 정상에 오르려고 급급할 필요는 없다. 과정을 즐기는 여유가 우리에게는 필요한 덕목이다. 짧은 순간에 누리는 낭만이 더 값질 수 있다.

산책하기 좋은 산길을 한 시간 정도 걸었다. 이 길은 누구라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호젓한 숲길이다. 높은 산지라 그런지 계절은 아직도 봄에 머물러 있다. 이제야 산벚나무가 꽃 피고 생강나무에도 어린잎이 돋아난다.

드디어 노고단이다. 진달래꽃이 우리를 반긴다. 이곳 진달래는 꽃빛도 붉고 아주 풍성하다. 노고단 정상은 사전 예약제인데 산행 마감시간이라 다행히 들어갈 수 있었다.

오르막 길은 온통 진달래꽃이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멋진 풍경에 입이 절로 벌어진다. 아래 녘은 철쭉조차 지고 있는데 지금 진달래라니....

만발한 북한산 진달래를 보았지만 이곳은 꽃의 밀도와 진한 색상이 비교가 안될 만큼 장관이다. 언덕길을 따라 무더기로 핀 꽃더미가 마치 꽃다발을 묶어놓은 것 같다. 노고단 정상은 계단길이라 나만 뛰어갔다. 처형과 저녁 약속이 있어서 바빴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더 감동이다. 붉은색으로 물든 꽃동산이 이어진 길이 마치 다른 세상 같다. 정상을 재빨리 둘러보고 뛰어 내려오는 데 진달래가 자꾸 발길을 멈춘다.

하산길에 고로쇠 수액을 팔고 있어서 세 병을 샀다. 지리산이 내어준 자연의 선물이 시원하고 달콤하다. 처가에 돌아가 시골밥상으로 푸짐하게 들고 진안 누님댁으로 간다. 곡성읍을 지나는 길 철쭉이 환상이다.

진달래와 철쭉으로 행복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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