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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Apr 01. 2023

배려라는 아름다운 선물

살아가며 배운 교훈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며 떠오른 한 단어는 배려라는 말이다. 퇴직을 한 이후 재취업을 하며 직위가 바뀌고 소속이 다른 환경하에서 근무를 하면서 배려를 받기도 하고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람들은 살아가며 과거를 추억하며 살아간다. 그 일이 근자에 있었던 것이면 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현명한 선인들은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은 지혜가 아니라는 말을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과거에 비해 판이한 입장에 서면 어쩔 수 없이 비교를 하게 된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힘을 받는 타입이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즐겁고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는 일이 좋다. 그런데 재취업해서 하는 일의 특성이 단독으로 수행하는 일이어서 가끔은 몇몇 직원들과 인사만 나누고 일을 마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상황이면 당연히 힘이 나지 않았다. 물론 개인 시간이 충분하게 주어지고 누구의 참견도 받지 않으니 근무환경은 아주 좋은 편이었다. 그래서 일을 마치고 남는 시간을 활용하여 혼자 즐길 수 있는 산책과 독서 그리고 글쓰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소외되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라일락

배려는 아주 큰일이 아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돌아보는 것이다. 당사자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상대방에게는 상대적으로 크게 다가오는 일들이 적지 않다. 사소한 것에서 사람들은 감동을 받기도 하고 상처를 받는다.


최근에 지점에서 청소하시는 여사님이 바뀌었다. 그분은 아마도 처음 그 일을 해본 듯 보였다. 다소 분주한 모습에 수고 많으시다며 의례적인 몇 마디를 건넸다. 그런데 그분의 반응이 놀라웠다. 직원들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이렇게 말을 걸어주니 너무 고맙다고 했다. 약간 울먹이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지만 곧 이해가 되었다. 청소하는 일이 그렇게 품격 있는 일도 아니고 처음 하는 일이어서 서툴고 위축이 되었을 텐데 사람들이 투명인간 취급을 하니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럴 때 다정한 한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었겠는가!


나중에 그분은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도 무관심을 견디기 쉽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다. 우리 주위에는 빛이 나지 않지만 묵묵히 제 일을 감당하고 있는 이들로 우리는 안온한 삶을 산다. 그런 분들에게 따스한 한마디의 관심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그런 비슷한 일이 내게도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출근을 직원들 보다는 조금 늦게 하는 편이다. 그런데 아침에 음료수가 직원들 자리에는 다 놓여 있는데 내 자리에는 비어 있다. 사실 나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커피 한 잔이 놓여 있으면 얼마나 마음이 따뜻하겠는가! 하루가 즐겁게 시작될 것이다. 함께 근무하는 동료로 생각한다면 아주 단순한 일이다. 그까짓 것 커피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배려란 이런 것이다.


다행하게도 마지막에 근무하는 직원들과는 내가 먼저 다가가 그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좀 더 갖게 되었다. 신입 직원들에게는 시간을 내어 멘토로서 조언을 들려주는 기회도 가졌고 그들을 위한 글도 써서 나누었다. 그 글로 함께 입사한 동기들이 크게 힘이 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뿌듯함도 들었다. 의기소침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행동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것을 배운다. 그래서인지 심심찮게 내 자리에 작은 간식들이 놓여있게 되었고 그 일은 기분 좋은 하루를 열어 주었다. 그렇게 좋은 관계를 맺어서인지 3개월 밖에 근무하지 않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퇴사 선물을 받았다. 퇴직을 축하한다며 케이크를 건넸고 감동을 주셔서 감동을 드린다며 소정의 선물을 건네는 직원도 있었다. 마음이 훈훈해지는 마지막 근무였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배려를 잊지 않고 살 것이다. 먼저 아파트 청소 아주머니들께 감사 인사를 빼먹지 않을 것이며 경비원들에게도 수고의 인사와 더불어 마음도 적극 나눌 것이다. 그러다 보면 조금은 더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에세이 #배려 #퇴사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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