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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Apr 04. 2023

첫날이 간다

퇴직 후 첫날을 보내며

퇴직 후 첫날이다. 전날 감기기운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더니 새벽 5시에 눈이 떠졌다. 자고 일어나면 눈이 뻑뻑해서 한참을 감았다 떴다 해야 괜찮아진다. 인공 눈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이것도 노화현상의 하나라고 생각하니 좀 우울하다.


함께성장연구소의 독서모임이 오전 5시에 시작되어 줌 모임에 참여했다. 벌써 몇 분이 자리 잡고 독서 중이다. 노트를 꺼내서 모닝페이지를 쓴다. 지금 머리에 드는 생각을 거침없이 써내려 간다. 네 쪽을 20분 정도에 내리 쓰고 마친다. 오늘도 모닝페이지 쓰기 완수! 작은 성취로 아침을 여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다. 약간의 뿌듯함으로 쓴 노트를 훑어보며 노트를 덮는다.


그리고 온라인 독서 모임인 함성독서에서 함께 읽고 있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꺼낸다. 어제에 이어 오늘 읽을 분량을 연필로 줄을 쳐가며 정독하는 시간이다. 15일째로 오늘은 겨울 동물들에 대한 글이다. 그의 학자적인 관찰과 꼼꼼한 기록에 감탄하며 읽기를 마치고 독서일기를 블로그에 바로 기록한다. 일단은 책을 덮고 읽고 난 후의 따끈한 느낌과 생각을 길어내 온전히 기억에 의존하며 쓴다. 쓰다가 분명하지 않은 부분은 잠시 찾아보기는 하지만 가능하면 머리에 남는 것을 위주로 쓰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독서일기를 쓰는 것이 진정으로 내게 남는 독서가 된다. 생각을 다 쓰고 나면 줄을 친 인상 깊었던 문장을 발췌하여 덧붙인다. 맞춤법 검사를 완료하고 사진을 첨부하여 블로그에 게시한다. 두 번째 작은 성취감을 맛본다.


쓴 글을 톡방에 공유하고 또 다른 온라인 글쓰기 모임인 글로성장연구소에서 진행중인 66일 글쓰기 챌린지의 글들을 찾아 읽고 댓글로 격려와 응원을 전한다. 그런 후에 어제부터 브런치에 저장해 놓은 글을 마저 손보고 나서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고 카페에도 공유한다. 이른 아침이 훌쩍 지나간다. 말 그대로 독서와 글쓰기에 몰입하는 시간이다. 앞으로도 많은 시간을 이렇게 쓰고 싶다.


퇴직할 때부터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약을 먹고 있지만 여전히 몸살기운이 있고 목도 아파서 잠시 침대에 누워 휴식하는 시간을 갖는다. 한동안 앓은 적 없는 감기가 몸을 괴롭힌다. 그래도 출근하지 않으니 다행이라는 아내의 말에 위로를 받는다.


아침 식사 후 그간 하지 못한 요가에 다시 도전을 한다. 매트를 깔고 유튜브 요가소년을 찾아 방송을 따라 한다. 몸이 완전히 굳어 제대로 따라 할 수 있는 동작이 별로 없다. 오랫동안 요가를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조금은 남아있던 유연성이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심지어 두 발을 포개어 앉는 동작이 불가능했고 허리 굽히기는 민망할 정도로 굽혀지지 않는다. 전과 비교하여 심각한 상황이다. 답답하고 실망스럽지만  '그래 이제 시작이니 차근차근해보자'라고 스스로를 달랜다. 꾸준하게 시간을 들여서 반복하면 조금씩 개선이 될 것을 믿는다. 요가의 좋은 점은 유연성을 기를 수 있고 코어 근육을 강화할 수 있다. 거기에 운동 시 부상의 위험도 줄이니 유익한 시간은 확실하다.


감기로 몸 상태가 나빴지만 루틴으로 하는 근력운동은 해야겠다고  5킬로 아령을 들고 225회 팔운동을 한다. 그리고 스쿼트와 팔 굽혀 펴기를 동일하게 270회를 실시한다. 시간이 많으니 유연성 기르기와 근력 다지기를 기본으로 충실하게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퇴직 후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로 꾸준한 내몸 돌보기를 우선적으로 하기로 한다.


서평을 써야 할 책들이 밀려있어서 마음이 바쁘다. 다른 책들은 쉽게 읽히는데 삼국지 제갈량에 관한 책이 진도가 잘 안 나간다. 오늘은 그 책과 씨름하며 마치자는 생각인데 역시나 컨디션 난조가 발목을 잡는다.


아내가 퇴근하고 와서 지어준 저녁을 맛있게 먹고 함께 산책을 나선다. 하루종일 집안에 머물다 처음 밖으로 나선다. 부드러운 봄밤이다. 저녁 불빛에도 꽃들은 여전히 피고 지고 나뭇가지마다 새순이 움튼다. 한예종에 눈개승마를 보러 갔는데 새순을 지나 키가 훌쩍 커버려서 깜짝 놀랐다. 초화들은 유아기를 벗어나 푸릇한 어린이들로 자라고 있다. 앵두나무에 꽃이 만발하고 귀룽나무에도 흰꽃송이가 구름처럼 핀다. 날이 더우니 모든 꽃과 나무들이 하나같이 정신이 없이 피고 진다. 진달래도 만개하며 이른 녀석들은 벌써 지고 있고 철쭉도 꽃망울이 터져 꽃송이가 보인다. 이토록 계절이 빠르게 가고 있다. 나의 시간도 마찬가지 아닐까?

퇴직 후 첫날이 이렇게 글을 쓰며 마무리가 된다. '오늘 하루 잘 산건가?' 자문해 보니 해야 할 일이 머릿속에 남아 아니라고 고개를 흔든다. '하지만 계속 쉬는 내일도 있는데 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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