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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할마 Jan 30. 2020

고구마가 익어 가는 시간


남도의 겨울은 서울에 비하면 봄날이다.

하지만 이른 아침 공기는 코끝이  싸하다.   

닭장 문을 열어 줘야 하는데 나가지 않고 잠옷 바람으로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켠다.

마무리하지 못한 그림을 그리려다 어제 운동하다가 

사온 고구마가 생각나서 그릴에 올려놓고 

그림을 그렸다.  

 달콤하게 익어가는 고구마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진다.  

뒤집어 놓으려고 주방으로 나가 보니 고양이가 

식탁 위에 앉아서 고구마를 쳐다보고 있었다.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녀석은 

느긋하게 불을 쬐고 있는 것 같다.

그 모습이 귀엽다.

고구마가 다 익어 그릴 스위치를 내리니 고양이는 만져도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앞발을 대어 본다.  뜨거우니까 식탁에서 내려간다.

며칠 전에는 중탕기에 달걀을 쪘는데 그릇 속에 발을 집어넣고는 이리저리

굴리다가  입으로 물고 구석으로 가는 것을 빼앗았다.

사람 먹는 것을 먹이면 안 될 것 같아 부스러기도 못 먹게 한다.

고구마 껍질을 벗기고 호호 불어가며  먹는데 쳐다본다.

"할매  방에서 그림 그릴때 내가 지켜봤으니까 좀 줘야지 " 하는 것 같다.

그 간절한 눈빛을 외면하지 못하고  좋아하는 닭고기 간식 두어 개로

냥이에게 지분을 할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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