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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할마 Feb 03. 2020

여행

여행은 인생의 詩다.

여정(旅精)은 연정과 비슷하다.

그날그날의 생활을

인생의 사업이라고 한다면

여행은 인생의 즐거운 예술이다.

아름다운 것이다.

아름다운 것에도 취하는 것이요,

아름다움에도 취하여

생의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생활이 인생의 산문이라면

여행은 분명히 인생의 詩

여행의 진미는 인생의 무거운 의무에서

잠시 해방되는 자유의 기쁨에 있다.

여행은 우선 떠나고 보아야 한다.

행운유수(行雲流水)가

곧 여행 정신이다.

<安兼煜/思索의 노트>


작년 12월 초에 딸이 가족 여행을 추진했다.

어미 환갑을 핑계로 처음으로 가족 여행을 가기로 한 것이다.

 필리핀 가는 티켓을 샀는데 순위에 밀려나서

베트남 나트랑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난데없는 신종 코르나 바이러스 때문에 온 세상이

시끄럽다.

중국의 우한이라는 지방에서 생겨났는데 늦장 대응해서

여행객을 통해 급속하게 전염되고 있다.

뉴스에는 온통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와 사망자 소식이

 주를 이룬다.

박쥐를 생으로 먹어서 생긴 바이러스 란다.

"중국인은 책상다리만 빼놓고 다 먹는다'는 말이

혐오스럽게 다가온다.

설에 친정식구들끼리 밥을 먹으며 중국인들의 위생관이

화두에 떠올랐다.

유투브에 중국인들의 고추 말리는 영상을 보고

언니는 식당에 가면 김치를 안 먹는다고 했다.

중국 고춧가루가 김치에만 사용하는 게 아닌데....

남동생이 이 말을 듣고 그들만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나라 수입업자들이 단가를 후려치니까 그들이

위생에 신경 안 쓴다고 핏대를 올렸다.

식품에 관해서는 좀 더 엄격한 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남편이  2차 3차 감염자가 생기는 뉴스를 보고 이번 여행

취소하자고 하여 딸에게 전했더니 성질을 낸다.

출국일이 내일모레인데 환불도 안된다.

 회사에  어렵게 휴가를 내어 가는 거고

 우리나라에 있는다고 안 걸리냐

중국도 아닌데 무슨 말이냐며 항변을 한다.

'효도여행'이라고 명명하여 단톡 방도 열고 준비한

자식들을 생각해서

즐겁게 갔다 오자 하고 여행 짐을 싸는데 마음이 무겁고

 중국사람들이 원망스럽다.


이번 여행은 설레는 戀詩가 아니라 비장한  戰爭詩를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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