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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강산 Apr 19. 2018

프랑스 누벨바그 운동의 문자 활용방식과 한국 문단

-영화〈네 멋대로 해라>와 <나폴레옹>(1927), <적과 흑> 비교

 문자VS영상?

  지난 세기 후반부터 시각적 메시지의 빠른 증가로 ‘독서 사회’를 추방하는 ‘화상 사회’의 지배적 위치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문학의 위기 담론, 문자의 위기 타이틀은 익숙하다. 바야흐로 ‘탈문자 시대’ 사회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한국 문단에서 구축할 ‘새로움’은 무엇일까.

프랑스의 영화 운동인 누벨바그운동의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한국 문단의 긍정적 미래를 그려보고자 한다. 영상매체가 문자매체를 전복했던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그 역에 대한, 혹은 조화에 대한 고민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글을 시작한다.    


누벨바그 운동


  프랑스의 누벨바그 운동은 지난 세기 50년대 말 60년대 초, 프랑스에서 유행된 한 차례 영화 혁명 운동이다. 그 영향은 여러 나라에 미쳤고 세계에 귀중한 문화를 남겼다. 프랑스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에 영화라는 장르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누벨바그는 그 형성과 영향력을 생각할 때 그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운동이라 말할 수 있다.

  누벨바그 영화는 전통적인 형태의 ‘적당히 질 좋은 영화’를 비판하고 개성이 있는 영화를 제창하며 영화를 창작자 자기만의 예술로써 창작할 것을 요구한다. ‘주체적인 창작’이라는 틀을 내걸고 시작 된 누벨바그 혁명은 영화를 오페라와 문학에 대한 종속적인 지위에서 벗어나게 하였고 영화언어의 발전을 촉진하였다. 다시 말해, 프랑스의 영화 운동인 누벨바그는 타 예술장르에 종속되어 있던 영화계가 만들어내는 작품들에 대한 비판이며, 창작욕을 감퇴시키는 지루함을 타파하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영화사의 한 획으로 평가받는 누벨바그를 통해 탄생한 영화들은 그 이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새로운 것일까.

  우선,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운동은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의 뒤를 이어 세계적 영향력을 지닌 대표적인 영화운동이다. 누벨바그 운동은 본질적으로 현실주의 정신으로 영화 예술을 철저하게 개변시킨 한 차례의 혁명이었다. 서유럽의 현실주의 영화를 최고조로 이끌었으며 지금까지도 세계 영화계에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프랑스 누벨바그 운동 이후 탄생한 영화계는 영화의 제작을 통하여 자기만의 스타일을 표현할 수가 있었고, 감독중심의 개념이 점차 나타났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가주의 영화는 다시 새로운 청년 후배 인재들을 배양하였고 수많은 새로운 영화이론과 작품이 재창출되었다. 다시 말해서, 누벨바그 영화는 작가주의라는 개념을 전제로 젊은 영화인들이 모이는 계기로써 작용한 것이다.  


  누벨바그 이전과 이후

  누벨바그 운동이 있기 전에 만들어진 프랑스 영화로는 <나폴레옹>이나 <적과 흑>이 있다. <나폴레옹>에서는 사실주의와 초현실주의를 넘나들며 표현하는 미쟝센, 당시에는 파격적인 시도였던 역동적인 카메라의 이동과 같은 영상 촬영의 실험이 돋보인다. 이 영상 촬영기법은 현재까지의 영화사 전체의 틀에서 보아도 혁신적인 시도라고 평가 받는다. 영화사에서 촬영기법이나, 기술적인 면은 결코 침체되어 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순조롭게 진화되는 것처럼 보이던 영화사에 반기를 들고 나타난 누벨바그의 탄생 배경은 무엇일까. 영화사 발전의 한 획이라고 불리는 누벨바그의 독창성이란 것이 무엇일까. 그 질문의 해답은 누벨바그 영화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네 멋대로 해라>를 통해 찾아 볼 수 있다.

  우선 각 작품의 제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누벨바그 운동 이전의 영화인 <나폴레옹>이나 <적과 흑>의 경우는 말하자면, 전형적인 제목이다.


  <나폴레옹>은 나폴레옹의 이야기를 한다. 나폴레옹의 어린 시절부터 전쟁에서 승리할 때까지의 모습을 그린다. 제목이 곧 내용인 셈이다. <적과 흑>의 경우는 원작 소설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왔다. 영화 내용 또한 소설의 묘사나 배경을 그대로 옮겨놓는다. 이를 촬영의 섬세함, 명작소설의 영상화라고 평을 받기도 했지만 진부하다는 평 또한 피할 수 없었다. 스탕달의 소설을 토대로 등장인물의 모습, 행동과 대사 모두가 원작과 동일하다. 사실상 소설 문자의 영상화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반면에 <네 멋대로 해라>는 제목을 통해서는 영화의 내용을 찾아 볼 수가 없다. 개인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인지 거대한 인간사를 다루는 것인지 예측하고 들어갈 수가 없다. 창작자 개개인의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것이다. 이미 만들어져있는 ‘잘 구성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만들어내는 작품이아니라 그야말로 새로운 하나의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이 영화제목에 담겨있는 셈이다.

  <네 멋대로 해라>는 영화 자체에는 기승전결이 있을지언정 한 인물의 행동양상은 기승전결의 틀에 놓아두기가 힘들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방향성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특히 주인공 미셀은 살인, 교통사고 목격, 절도 등 범죄에 무감각하다. 철저하게 충동과 욕구에 의지해서 행동한다. 그야말로 ‘지 멋대로 한다.’ 미셀은 자신의 생각이 자기 내면속에서 이미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인물이다. 인물 자체가 독창적이다. 나폴레옹과 다르고, 적과흑의 인물들과도 다르다. 대도시를 방황하는 현대인의 생동감이 작품 속에서 그려지고 하나의 생명체가 만들어진다. 또한, 영상과 스토리에 의존하던 이전의 영화 관습과는 달리 영상이미지를 포함한 다른 영화적 요소들 즉, 배경음악이나 대사, 인물의 표정 등을 통해 기존의 영화보다 다양한 차원에서의 시도가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전형적인 형태의 시나리오 즉, <나폴레옹>이나 <적과 흑>과 같은 전형적인 작품에 집착하는 영화가 제작되던 프랑스 영화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누벨바그 감독들은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서 창작자 자신만의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내고 다양한 기법을 자유롭게 활용했다. 하나의 창작자로서 영화를 제작하고자 한 시도가 누벨바그인 것이다.

  현재, 영상매체의 우세 속에서 문학과 같은 문자매체가 우위를 점하던 시절을 상상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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