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시기리야(sigiriya).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바위 위의 시기리야 왕궁은 스리랑카 최고의 역사 유적이다.
해발 350m 높이의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바위산 정상에는 연회장, 후궁숙소, 수영장 등 넓은 왕궁터가 있고 그곳에는 역사가 전해지고 있다. 요새 아래 밀림에는 성벽으로 도시를 둘러싼 성채 도시가 존재한다.
시기리야는 스리랑카 고대 왕국의 권력 다툼의 소산이다. 5세기 말에 화려했던 왕궁의 흔적이 남겨져 있다. 왕이 되고 싶었던 카샤파(kasyapa)는 서자의 신분으로 동생에게 세자의 자리가 돌아가자 분노하여 왕인 아버지를 죽이고 스스로 왕위를 차지했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동생 목갈라냐는 남인도로 도망갔다. 절대권력을 가진 카샤파는 동생이 복수할 거라 믿고 두려움에 자신의 안전을 보호해 줄 왕궁을 이 커다란 바위산 위에 세웠다. 십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자신만의 왕궁을 만들었지만, 본인은 고작 1년밖에 살지 않았다고 한다. 동생이 힘을 키워 시기리야로 진격해 오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사자의 발톱'으로 불리는 입구에서 잠시 숨을 돌렸다. 그곳까지 오는 동안에도 많은 계단을 오르고 걷고 또 걷기를 반복. 나는 스틱을 준비하고 뒤쳐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걸었다. 많이 걸을 거라고 예상을 했지만 정말 많이 걸었다. 땀은 비오듯 하고... 한데 여기가 정상은 아니다. 이제 '사자의 발톱' 형상이 있는 사이로 계단을 지나 수직 절벽을 오르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평상시 계단 오르는 것은 무릎에 무리가 간다고 잘 걷지 않았는데, 여기는 일단 걷기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고 계속 올라가야 한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안 올라갈 수도 없어서 일행과 함께 오르기 시작했다. 바위틈의 좁고 긴 터널과 암벽 옆의 외길을 따라 철제 계단을 서너 번 오간 후에 정상에 올라설 수 있었다. 힘겹게 정상에 오르니 바람이 시원했고, 왕궁의 폐허로 인해 흔적만 남은 정상 한가운데서 한바퀴를 돌아 보았다. 곳곳에 남은 터들은 수영장이었고 목욕탕이었고 그렇게 아름답게 지어진 왕궁이었다고 가이드는 설명한다. 가장 높은 곳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마음은 편치 않았을 왕의 모습, 권력에 눈이 먼, 그래서 평생 동생의 보복이 두려웠고 맘 편히 잠도 못 잤을 불행했던 한 사람의 마음이 느껴진다. 사람의 욕심은 어디까지일까? 또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와서 왕궁을 건설한 노동자들은 어떠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