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두 달만인가? 한 줄의 글이라도 쓰라고 카톡이 오기도 했지만...
작년 12월 '5인의 동행전'행사를 마치고 나의 뇌가 방전이 되었는지, 아니면 갑작스런 사회의 혼란스러움에 맥이 풀렸는지 머릿속은 하얘지고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기 싫은 날이 계속 되었다. 마치 연례행사처럼 몇 년전에 겪었던 그 행동들이 또 나타나기 시작했다. 밥 세끼를 억지로 차려 먹으면서 다른 일들은 하기 싫은, 그냥 덤덤한 하루.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잘 지내고 있는 듯 하지만, 나는 그냥 목석연(木石然)한 감정 상태.
이런 감정 상태를 벗어나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나날들. 나의 뇌가 이런 상태를 기억하고 매년 새해가 되면 나타날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
그런 엄마의 감정을 빠르게 알아차린 딸. 파주에서 하는 '장 담그기 체험'에 참가하자고 권유하여 하루 바람을 쐬고 왔다. (주)파주장단콩웰빙마루에서 하는 '2025 장독분양 장 담그기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행사장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열병식하듯이 오와 열을 맞추어 자리잡고 있는 많은 장독들이다. 확 트인 공간에 시원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행사 담당자의 말은 이 행사가 벌써 4회째란다. 장 담그기 시연으로 설명을 한 후에 머리쓰개, 장갑, 앞치마를 하고 직접 항아리 마당에 입장하여 깨끗이 소독된 항아리(1.5말)에 메주(장단콩 메주 5장)를 차곡차곡 넣고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염도를 맞춰 제조한 염수(13Kg)를 붓는다. 고추, 숯 등 부재료를 넣고 항아리 뚜껑을 덮는다. 나만의 멋진 항아리 명패(맛있게 익어라~)를 만들어 주면 완성. 좋은 감정을 담아 맛있게 발효되기를 바라면서 항아리를 쓰담쓰담 해주었다. 옛날 결혼 초에 시할머니와 함께 메주콩을 삶아 찧고 발로 밟아 메주를 만들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에 비하면 오늘은 이미 만들어진 메주로 담그니 간단하고 쉬운 작업이었다.
5월 장 가르기(된장과 간장으로 나누기)는 장류생산 전담팀이 대행을 하고, 12월 장 가져가기 행사때 통이나 항아리(된장13~14Kg)를 준비하면 된단다. 간장(0.9Lx4병)은 12월 장 가져가기 행사때 병에 담아 제공한단다. 3월 장 담그기, 5월 장 가르기, 12월 장 가져가기. 파주장단콩으로 된장, 간장을 만드는 300일의 여정을 함께 하며 벌써 5월이 기다려진다.
전통장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 유산에 등재되어, 우리나라의 전통발효문화가 오랜기간 자리잡아 오면서 그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행사가 끝나고 '해스밀래한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차 한잔을 하며 오랜만에 딸과 담소를 하면서 가슴속에 있는 나의 묵은 감정, 목석연한 감정들을 털어내었다. 딸이 옆에 있어 주어 든든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해스밀래'는 '해가 스미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예쁜 브랜드로 신선한 지역농특산물을 이용한 카페, 한식당, 로컬푸드 매장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해가 내 마음에 스며들듯이 해를 맞이하면서 이번 체험을 시작으로 힘을 얻어 또 하루하루를 만들어 나가리라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