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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수정 Nov 22. 2024

장단콩 축제에 다녀왔다

변화(變化)한다는 것은 사물의 성질, 모양, 상태 따위가 바뀌어 달라진다는 뜻인데, 그 변화에는 긍정적인 경우와 부정적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긍정적으로 변화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을 한다면 삶에 애정이 생기고 활력이 생길 것이다. 


요즘 내 마음이 대부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스스로 느끼며, 너그러워지고 여유로워진 나 자신을 발견하고 이곳으로 이사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등바등 살았던 젊은 시절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 이 나이에 여유롭게 느끼고 체험해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낀다.


파주에서 행사하는 유명한 축제에는 인삼 축제와 장단콩 축제가 있다. 인삼은 나와 맞지 않으니 관심없고 장단콩 축제는 한 번 다녀 오리라 마음을 먹었었다. 드디어 축제 첫날 남편과 함께 축제장으로 향했다. 이런 행사에 참여해 보는 것도 칠십 평생 처음 있는 일이라 기대를 하고 갔다.

{파주 장단콩은 쌀, 인삼과 함께 임금님께 진상하였던 장단삼백의 하나입니다. 파주 장단지역은 1913년 대한민국 최초의 콩 장려품종으로 선발된 '장단삼백'을 탄생시킨 콩의 본고장입니다.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DMZ)의 맑은 청정 자연 환경과 큰 일교차 그리고 마사토(참흙)에서 자라는 파주 장단콩은 다른 지역콩에 비해 유기질은 두 배, 항암성분인 이소플라본은 50% 정도 함량이 높습니다.}


축제에 다녀왔다는 기념으로 아이들과 친구들에게 주려고 파주 장단콩(서리태와 백태)을 많이 사 왔다. 

장단콩을 홍보하는 문구와 함께 축제는 우리의 전통춤과 풍물놀이를 하면서 절정을 이루었고, 한쪽에서는 삶은 콩을 직접 빻아서 참가자들이 메주를 만들어 짚풀로 엮어 가져가는 체험프로그램인 '꼬마메주 만들기' 행사도 있고 장단콩전시관도 있어서 풍성하고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가 있는 괜찮은 축제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임진각평화곤돌라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임진강을 건너 민간인 통제구역까지 들어가 보았다. 


비무장지대 바깥 남방한계선을 경계로 남쪽 5~20Km에 있는 민간인통제구역으로, 민간인출입통제선이라고도 부른다. 케이블카를 탈 때도 보안 각서를 쓰고 탈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하였다. 축제장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이곳은 숙연한 분위기였으며, 다시는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마음을 갖게 하였다.

케이블카를 타고 임진강을 건너 민간통제구역으로 가고 있음
등록문화재 제78호. 이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는 한국전쟁 중 피폭, 탈선된 후 반세기 넘게 비무장지대에 방치되어 있었던 남북분단의 상징물이다.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임진강 독개다리, 망배단, 망향의 노래비를 구경한 후, 다시 축제장으로 내려와 점심을 먹으러 식당을 찾다가 눈에 확 띄는 간판을 보았다. 바로 '어수정 국수집'. 내 이름과 똑같은 상호. 

너무 반가워 들어가서 잔치국수와 만두를 시켜 먹었다. 그 '어수정(御水井)'은 '임금님이 물을 마시고 간 우물'이란 뜻으로, 조선 태조가 함흥 이궁(離宮)으로 향하던 도중 잠시 어가(御駕)를 멈추고 갈증을 풀기 위해 길가 우물에서 냉수를 떠오게 하였다. 시종이 떠다 진상한 샘물을 마시고 난 태조의 울적한 기분은 얼마간 후련해졌다고 한다. 이러한 연유로 임금에게 냉수를 진상하게 된 벽촌 백성에게는 크나큰 영광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우물을 어수정이라 하였고, 그것이 곧 마을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어수정(御水井)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내 이름과 같은 상호의 음식점에서 웃으면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남편도 더 맛있었단다. 오늘 또 많이 웃고 흐뭇해하면서 마음의 긍정적인 변화를 실감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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