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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수정 Nov 10. 2021

산사 음식

한 달에 한 번 만났던 친구들을 코로나19로 인해 만날 수 없어 카톡이나 전화로 안부를 묻곤 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안부 전화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옛날에 네가 만들어 준 약식이 참 맛있었어. 가끔 사다 먹는데 네가 해 준 게 제일 맛있었다." 하길래, "그럼 또 만들어야겠네."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약식을 또 만들어 친구에게 주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싶어졌다.




40년간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2012년 2월 퇴직했다. 선배 선생님들은 대부분 퇴직하면 시원섭섭하면서도 허전함, 허탈감, 심하면 우울증에도 걸린다고 하는데, 나는 딸 덕분에 그런 감정을 느낄 겨를도 없이 바쁘게 보냈다. 딸이 "엄마, 3월에 진관사에서 사찰 음식 강습이 있는데 괜찮으면 신청해 보세요." 했다. 요리를 잘 못하는데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데 관심이 있어 부리나케 신청을 했다.


3월, 진관사에서 산사 음식을 배우는데, 산사 음식은 스님들이 먹는 일상적인 음식이다. 음식의 순수한 맛과 향을 살리는 사찰 전통에 근거한 조리법으로, 현대인들의 건강을 돕기 위해 자연에서 얻은 천연 조미료와 제철에 나는 재료를 사용하여 간단하고 손쉬운 방법으로 요리할 수 있는 음식이다. 오신채(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 - 대부분 자극이 강하고 냄새가 많은 것이 특징)를 넣지 않고 양념을 최소화하여 재료 본연의 맛을 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선생님은 강의할 자료를 주고 오늘 요리할 내용을 설명한 다음, 선생님이 직접 만들면서 또 설명을 하셨다. 이해 안 되는 부분은 질의응답도 했다. 그런 다음, 2인 1조로 요리를 시작하는데 요리하다가도 잘 안 되면 선생님은 친절하게 다시 설명해 주었다. 다 만들어진 요리는 선생님이 평가하여 제일 잘 한 조에게는 박수로 칭찬을 해 주었다.


집에서 재료를 사다가 혼자 만들어 보는데 잘할 때도 있지만, 잘 안 나올 때도 있었다. 잘 만들어진 음식은 명절이나 집안 행사 때 식구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식구들은 새로운 음식이 상에 올라온 것을 보고 "와! 새로운 음식이네." 하면서 눈이 커지고, 맛있게 먹는 모습에 나는 흐뭇하고 뿌듯하고 행복했다.


봄, 가을, 겨울 세 계절의 음식을 배우고 난 뒤에 2~3년 정도는 배운 레시피를 보면서 음식을 만들어 먹었고 약식을 만들어 친구나 지인들에게 주었는데, 그때 먹었던 것을 친구는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산사 음식을 배운 것 중에 내가 많이 한 요리는 표고버섯 탕수이, 깻잎 조림, 약식, 말린 파래 자반 무침, 연잎밥, 모둠 장아찌, 버섯 잡채, 우엉 잡채, 콩나물 잡채, 간장 두부조림, 취나물, 유채나물, 연근 조림, 톳 두부 무침, 아몬드 호두 조림, 토란 들깨국, 무 왁저지(무 조림), 레몬 화채이다.


압력솥으로 만든 약식


<약식> 레시피를 소개하면,

재료 1 : 찹쌀 800g, 밤 6개, 대추 10개, 흑설탕 1과 3/4컵, 물 2와 1/4컵, 간장 4T, 계핏가루 1/2T

재료 2 : 참기름 2T, 잣 약간

(1) 찹쌀은 3시간 이상 충분히 불린다.(물기를 뺀다)

(2) 밤은 껍질을 벗겨 알맞은 크기로 자르고, 대추는 돌려 깎는다.

(3) 압력솥에 물, 설탕을 완전히 녹인 후, 찹쌀과 부재료를 넣어 섞은 후에 센 불로 밥을 한다.

(4) 압력솥의 기능 추가 움직이면 중불에 3분, 불 끄고 10~15분 뜸 들인다.

(5) 김이 빠지면 압력솥 뚜껑을 열고 참기름, 잣을 넣고 잘 섞는다.(잣이 없으면 넣지 않아도 됨) 


먹기 좋은 모양으로 만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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