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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수정 Oct 26. 2021

지금이 내 인생 가장 젊은 날

섬 여행 : 가거도, 만재도, 관매도

2021년 10월 8일 저녁에 출발하여 1무 2박 4일의 섬 여행을 가게 되었다. 예전부터 섬 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모든 것이 여의치 않아서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지금이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젊은 날이라 생각하고 용기를 냈다. 


28인승 리무진 버스로 밤새 달려 다음 날 새벽에 진도에 도착. 아침을 먹고 바로 배를 타고 가거도(可居島)로 향했다. 우리나라 최서남단의 섬으로, 홍도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해안과 기암괴석으로 유명하며, 아름다움에 취한다는 비경(祕境)의 섬이다. 원래의 계획은 가거도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는데, 여행의 마지막 날(11일) 풍랑이 심하여 배가 뜨지 못하면 섬에서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 일정을 바꾸어 여행 첫날(9일)에 가거도, 만재도, 관매도를 구경하고 관매도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좀 무리한 계획이라 생각했지만, 섬 여행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기대감, 긴장감의 심정으로 배 위에서 지나가는 주위 섬들의 모습에 감탄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라 할 수 있다. 


가거도로 향하는 배 위에서 바라본 일출


망망대해를 지나갈 즈음 일행 중 한 명이 멀미의 기미가 보인다며 힘들어했다. 그때까지 나는 괜찮아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바다를 감상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1시간 반 정도를 갔을까? 나에게도 이상 징후가 느껴졌다. 역시 뱃멀미... 나 포함 세 명이 신고식을 톡톡히 했다. 배 위에서는 무척 힘들었는데, 육지에 내리니 신기하게도 싹 사라졌다. 일행은 섬 주위를 구경하며 전망대로 향했는데 나는 기운이 없어 객실에서 잠시 쉬었다. 세월의 시간은 무시할 수 없나 보다. 이제 여행의 시작인데 벌써 힘들어하면 안 되는데, 일행에 민폐가 되면 안 되는데... 


 가거도와 만재도에 갈 때 탔던 배


점심을 먹고 배는 만재도(晩財島)로 향했다. 여행사의 안내하는 분이 뱃멀미 약을 먹으라고 주었다. 만재도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단다. 그런데 문제는 좀 거세진 파도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출렁거리는 배 위에서 나는 또 어쩔 수 없이 뱃멀미를 해야 했다. 약을 먹어도 소용없는 뱃멀미. 우리 배를 집어삼킬 듯한 거센 파도를 보면서, 두려움에 창문의 손잡이를 꼭 잡고 무사히 만재도에 도착하게 해 달라고 기도를 했다. 기도를 이렇게 열심히 한 적은 없었는데... 다행히 아무 탈없이 만재도에 내렸다. 그런데도 나의 멀미는 계속되었다. 관매도를 가려면 또 배를 타야 하는데 겁이 났다. 내가 헬리콥터를 불러 타고 간다고 하니 어이없는(?) 표정들. 그렇게 고생해 만재도에 도착했는데, 그곳 주민들은 우리를 반기지 않았다. 기반 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다고 하니 "그럼 안 오면 되지 않느냐" "오라고 하지 않았는데 왜 왔느냐"라고 퉁명스럽게 말을 했다. 삼시 세끼-어촌 편 촬영지로 유명해져서 관광객이 많이 오니까 힘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의 입장에서는 힘들게 들어왔는데 섭섭한 마음도 들었다. 청색의 지붕과 낮은 돌담길이 인상적이었지만 인심은...


만재도의 파란 지붕


만재도는 바다 한가운데 떨어져 있다 하여 먼데섬, 또는 만대도라고 불리었으며, 재물을 가득 실은 섬, 해가 지고 고기가 많이 잡힌다 하여서 만재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하지만 다시 오고 싶지 않은 섬이다.

곧바로 관매도(觀梅島)로 가야 하는데, 안내하는 분에게 뱃멀미 약을 달라고 하여 먹고 우리 일행은 이제는 선실 안에 들어가서 자리 잡고 눕자고 했다. 파도가 좀 잦아들었는지, 뱃멀미 약을 먹고 누워 있어서 잠이 들었는지 관매도에 도착했다고 하여 아무 탈없이 기분 좋게 섬에 내렸다.  <계속됩니다>


만재도의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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