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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수정 Mar 18. 2023

새롭게 도전하는 3월에...

유화를 시작하며

<전원 풍경>, 유화, 어수정 作, 2023.3.16




대부분의 사람들은 1월이 되면

올 한 해 어떤 계획으로 한 해를 보낼 것이라는 나름의 목표들을 세운다.

나도 마찬가지인데, 나의 경우는 조금 다른 것이 1월에 계획을 세우지만 작심삼일.

막상 행동으로 옮기거나 마음다짐을 하는 때는 3월이다.

교직 생활 동안 2월은 개학식에, 졸업식에, 종업식에, 봄방학에,

새 학기 준비에 매우 바쁜 날을 보냈고 며칠 학교에 나가서 수업을 하지만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새롭게 무엇을 시작할 수도 없고 그 학년 진도는 다 나가서

그냥 때우는 수업이고 마무리하는 수업이었다.

그야말로 2월은 어정쩡하고 어중간한 달이고 학교에 가기 싫은 달이었다.


그리고 3월. 그 학년의 시작은 3월이다.

3월 한 달은 담임은 담임 대로 학생들 이름 외우고

학급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심하고,

교과 교사는 1년 동안의 수업계획을 세우면서 바쁘게 보내는 달이다.

3월 한 달의 성과가 1년을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이렇게 교직 생활 40년을 보내고 퇴직한 후,

10여 년이 지났는데도 은연중에 몸과 마음에 배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지금도 3월이 되면 새롭게 각오를 하게 되고 무엇이든지 시작을 하려고 한다.

마음이 축 처져 있다가도 3월이 되면 새롭게 시작해야지 하면서 일어나게 된다.

몸으로 행동하든지 마음으로 다짐하든지

나에게 3월은 무엇을 하든지 시작하는 달이다.

이것도 직업병의 하나일까?


따뜻한 날씨이면서도 바람이 살살 불어

가슴속까지 파고드는 추운 날이기도 한 3월이다.

학교 밖에서는 개나리, 진달래가 피고 사람들은 봄 옷을 입고 다니지만,

학교 안에서는 두꺼운 겨울 옷을 입고 생활해야 했다.

퇴근할 때 두꺼운 겨울 옷을 입은 사람들은

대부분 교사들이라고 하면서 우리는 쓴웃음을 지은 적도 있다.


남편과 결혼하여 다른 인생을 시작한 것도 1974년 3월이다.

 이래저래 3월은 나에게는 특별한 달이다.

바람 따라 세월 따라 바쁘게 정신없이 살다 보니

벌써 칠십 중반을 넘어 80 고개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머리는 희끗희끗. 주름도 하나 둘. 이제 갈 길은 하나뿐.

피할 수 없을 바에는 홀가분하게 그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이왕이면 가볍게, 즐거운 마음으로,

그저 하루하루 당당하게 걸으면 되지 않을까?

이제는 같이 하는 가족들에게도 감사하고, 함께 걷는 친구들에게도 감사하고,

인연이 닿는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늘... 아니 조금 더...

그래서 3월이 되면 크든 작든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 마음이다.


4년 동안 수채화를 그려오다가

문득 나도 모르게 유화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유화를 잘 그릴 수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래도 잘 그려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앞섰다.

하지 않았을 때 후회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보다

부족하더라도 일단 시작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오랜 고심 끝에 마음 내키는 대로 해 보기로 했다.


이제부터 지극히 사적인 유화의 세계로

나만의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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