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를 시작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그리면 그릴수록 수채화와의 차이가 느껴지면서
유화에 대한 새로운 맛을 경험하고 있다.
수채화는 순수하며 담백하고
여유로우면서 상큼한 느낌을 지니고 있고,
유화는 붓끝이 더해질수록 색깔의 깊은 맛이 우러나면서
자기만의 오묘하고 중후한 멋을 풍기고 있다.
수채화가 강수지의 노래 '보랏빛 향기'와 같은
우아함과 발랄함을 지닌 느낌이라면,
유화는 묵직하고 듬직하며 성악가의 음역 중
가장 아름다운 중저음의 목소리인 바리톤을 연상하게 된다.
그릴 때의 느낌이 다르니
작품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과 행동도 사뭇 다르다.
잘못 칠하거나 실수했을 때의 마음은 유화를 그릴 때가 더 편하다.
수채화를 그릴 때는 붓을 들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색을 칠하는데,
유화를 그릴 때의 붓끝은 거침없이 힘이 더해지며
좀 더 자유롭게 편안한 마음으로 색을 표현하게 된다.
그만큼 더 풍부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