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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수정 Apr 25. 2023

손끝의 감촉

<수변 마을>, 유화, 어수정 作, 2023.4.25




하늘은 하나인데 하늘 빛은 여러 개.

계절마다 조금씩 다른 빛을 내지만 변함없이 아름답다. 

그 하늘을 칠하면서, 펼쳐진 구름을 칠하면서 

마음껏 자유롭게 표현하는데 

붓을 잡은 손끝에서 느끼는 감촉은 짜릿했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고기가 잡힐 때의 손맛이 짜릿하다고 하며 

그 맛에 낚시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고 한다. 

나도 유화를 그리면서 아주 짧은 순간 손끝의 짜릿함을 느꼈다. 

'아, 이게 뭐지?' 

내가 낚시를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어쨌든 전기충격을 받은 듯 짜릿했다.

오랜 찌릿찌릿함이 아니라 순간 짜릿함이다.

특별히 느끼는 손끝의 감촉인지, 힘이 들어 느껴지는 떨림인지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집중해 그리고 열심히 그려서 그렇단다. 

그저 웃을 수밖에...


우선은, 유화를 칠할 때 원하는 색이 나오지 않아도 

그 위에 다른 색으로 칠해도 되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마음껏 거침없이 칠해도 되니 마음이 편하다. 

구도를 잘못 그려도 다시 수정할 수 있으니 좋다.

나 스스로가 기분좋은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은 다른 생각없이 그림에 몰두하게 되어 

복잡한 머리속이 정화되는 것 같고 무료한 생활이 아니어서 

나이 들어도 시작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욕심없고 여유롭고 느긋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이 들어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특권이다. 

순간순간을 고맙게 여기고 소중하게 지내는 것이 

삶의 마지막에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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