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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 Nov 14. 2022

빼빼여도 뚱뚱해도 괜찮아

2016.6. 계간<니> 43호 '우리 모두 아름다워'

[정신건강을 읽어요]

빼빼여도 뚱뚱해도 괜찮아

- 그냥 내 모습일 뿐…그거 말고 다른 모습도 보라구!     

『맨날 맨날 화가 나!』 양혜원, 『내 살 건드리지 마!』 대니얼 핑크워터



친구들 사이에서 후딱 하면 화를 잘 내는 것으로 알려진 아이가 있다. 또 마녀라 불리며 나를 화나게 하지 말라, 부모님에 화가 난다 당당히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 아이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외모 때문, 외모로 무시하기 때문이다.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쎄 보여야 하니까 화를 잘 낼 수밖에.     


강지하는 초등학교 3학년인데 키번호 1번이다. 2학년 때 생긴 ‘강아지’라는 별명이 3학년 새로운 반에서 드러나지 않을까 신경이 쓰인다. 키가 크려고 밥도 많이 먹고 운동도 많이 하지만 키번호는 그대로다. 엄마는 나중에 키가 클 거라 하면서도 키 작은 유명한 사람들을 많이 알아놓은 것 같다. 그래서 엄마도 살짝 믿을 수 없다. 새 짝꿍이 마음에 딱 드는데 그래서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잘 보이고 싶은데 짝꿍은 생일파티 때 지하를 초대하지 않는다. 짝꿍도 다른 아이들처럼 지하의 작은 외모와 까칠한 성격을 지적한다.

  

‘삼겝셜’ 시에 사는 메이비스와 랠프, 실비아는 뚱보를 날씬하게 변신시킨다는 ‘왕변신 캠프’에서 만난다. 삼겝셜 시에는 뚱보 추방의 날이 있고 뚱뚱한 사람들에게는 뚱뚱하지 않은 사람들이 잔소리를 해대고 막말을 하기도 한다. 캠프에 온 다른 친구들은 이미 이런저런 살빼기 프로그램들을 전전하다 왔지만 그냥 잘 지내다가 갑자기 캠프에 보내진 세 아이들은 잔뜩 화가 나 있다. 그동안은 괜찮다던 부모님들이 “뚱보는 불행하다”, “뚱보 아이는 비참하게 자라고 미움을 받을 거다”, “뚱보는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는 캠프 관계자의 말에 울면서 아이들을 캠프에 보냈기 때문. 셋이 보기에는 부모님도, 캠프도, 뚱뚱한 사람들을 막 대하는 삼겝살 시도 다 이상하다.   

 


지하는 무섭게 화만 내는 어린이일까? 네 컷 만화를 그리는 수업시간에 아이들은 지하가 화를 못 참고 발차기하던 모습을 우습게 그려 넣는다. 그런데 한 친구만은 자신이 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도와주던 따뜻한 지하의 모습을 그렸다. 그런 지하의 모습을 지켜봤던 덩치 큰 친구도 있었다. 작고 화를 잘 내는 것으로 알려졌던 지하가 어려운 친구를 도울 줄도 아는 친구라는 걸 반 친구들도, 짝꿍도 알게 되면서 지하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친구들 다리 위를 건너야 하는 민속놀이도 몸집이 작고 날쌘 지하에게 안성맞춤이다. 여자애보다 몸집이 작다고 놀림받을까 봐 하기 싫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짝꿍도 지하를 생일파티에 초대한다.

     

메이비스, 랠프, 실비아는 왕변신 캠프를 탈출해 부모님이 아프리카로 화석 찾아 떠나신 메이비스의 집에서 나머지 방학을 보낸다. 셋이서 화만 내는 게 아니라 비만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생각을 바꾸려고 이런저런 일들을 벌인다. 큰 서점의 수많은 다이어트 책 옆에는 맛있는 요리들이 가득한 책들을 꽂아놓고 조깅하는 아주 마른 여자 어른에게는 살 좀 찌우라고 이야기한다. 어린이 살빼기 모임에 가로줄무늬 옷을 입고 가서는 맛있는 음식 이야기를 하고 ‘뚱보가 더 행복해’라는 티셔츠를 맞춰 입고 다닌다. ‘비만이라면’ 스티커를 찍어 할인하는 가게에 붙여 놓는다. 할인을 받으려면 자신이 비만임을 밝혀야 하도록. 


그렇게 재미있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왕변신 캠프를 만든 박사가 뚱뚱하다가 살을 뺀 게 아니라 뚱뚱한 동생의 사진을 자신으로 속였었단 걸 알게 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 사실을 폭로한다. 그리고 길거리 광고판에 있는 마른 여자 모델을 통통하게 그리다가 경찰관을 만나게 되는데 그의 초대로 뚱뚱한 사람들의 모임에 가게 된다. 뚱뚱한 몸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날씬한 사람은 뚱뚱한 분장을 하고 함께하는 곳. 노래도 하고 연극도 하다 보니 어린이들에 쌓여있던 화는 어디로 가고 즐거움이 있었다.      




작고 말라도 놀리고 크고 뚱뚱하다고도 놀린다. 주변에서 그런 지적과 놀림을 받으니 지금 내 몸은 문제가 있어 키가 커야 한다고 살이 더 쪄야 한다고 혹은 살을 빼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위축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화가 나는 거다. 어떤 이상적인 체형과 몸무게가 있어 모두가 거기에 가까워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압박이 우리 사회에 있다. 먹는 것, 운동, 건강, 성장과 관련해서 걱정하고 염려하는 말에서부터 자신을 아낄 줄 모른다는 말, 그저 놀리고 무시하는 말과 시선까지….   

  

작달만하고 동그란 ‘분노 덩어리’라 불리던 메이비스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뚱뚱하면 그냥 뚱뚱한 거야. 난 팔굽혀펴기를 100번 한 다음 테니스 경기를 해도 이길 수 있어. 난 그걸 ‘뚱뚱하게 살 운명’이 아니라, 그저 내 모습일 뿐이라고 생각해.”     


빼빼여도 괜찮다고, 뚱뚱해도 괜찮다고 보지 않으면 거기에 걸려 다른 부분을 보지 못한다. 어린이들이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고,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주변에서 어른들이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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