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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 Feb 26. 2022

계간지 글 연재를 시작하며

10년간 계절마다 글을 쓰는 마음

다른 계간지도 마찬가지겠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맞춰 3, 6, 9, 12월에 책이 나온다. 봄호를 3월에 나오게 하려면 겨울이 시작되는 12월 중에는 기획회의를 해야 한다. 그 전에는 주제부터 정해야 하고 말이다. 


내가 처음으로 <한국알트루사>의 계간지 <니>에 원고를 낸 때가 2012년 여름쯤이었던 것 같다. 그해 가을호에 실렸으니 말이다. 그때는 아마 계간지 만드는 편집팀은 아니었을 수 있다(확인해보니 그때도 편집팀이었다). 아. 알트루사에서는 원고 쓰는 것은 물론 모으고 다듬고 엮고 하는 모든 과정이 자원활동으로 이뤄진다. 


글을 좀 써봤다기보다는 예전 회사에서 교정은 봤었기에 교정보는 일에 자원해서 10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 그렇게 책 만드는 사람이었기에 내 원고를 쓰기 더 좋았던 조건인 걸까? 잘 안 써질 때는 다른 사람들 글 교정보느라 읽고 나서 생각을 더 해서 쓴 때도 많다. 이건 어찌 보면 편집팀이었기에 누리는 호사였다. 마감일이 한참 지났어도 슬쩍 내 원고를 끼워넣을 수도 있었다. 그랬기에 10년간 꾸준히 글을 쓰고 싣고 할 수 있었다. 


나중에 글에서 서서히 나오겠지만 활동이 둔해지다가 거의 완전히 멈추는 듯한 때가 주기적으로 찾아왔는데 그때에도 편집팀의 끈은 놓지 않았다. 정말 힘들었던 때로 기억하지만 신기하게 계간지 글은 썼었다. 내가 힘든 구간을 거쳐내고 나서 회복될 때마다 글이 한 편씩 나왔다 해도 과장은 아닐 거다. 


그러니 연재를 마치고 나면 엮을 브런치북의 제목이 '[심리에세이] 함께 (아파) 하지 않았다면'이 될 수밖에 없다. 나 혼자 해내야 한다고 여겼고, 그게 힘들어 내가 부족한 사람이고 부적합한 엄마라고 여겼다. 누구에게도 부끄러워 말도 못 하겠고 그러다 보니 그나마 있던 친구들과도 멀어졌다. 남편은 가장 미워하고 어려운 존재가 됐고 말이다. 그때 육아서도 꽤 읽었는데 그중에 문은희 선생님의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도 있었다. 


그 책을 읽고선 홀린 듯이 내가 잡을 동아줄은 저기인 양 책날개에 적힌 <한국알트루사>란 곳의 카페를 찾고 사무실을 찾아갔다. 거기서 하게 된 집단상담, 개인상담 그리고 나중에는 심리학교실까지. 심리학에 관심은 있었지만 학문적으로 말고 실제는 이런 거구나 배워갔다.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일까!'에서 시작해 '나는 왜 이렇게 된 거지?'를 거쳐 '아, 내가 그래서 그랬구나, 이렇게 살아왔구나!' 느끼기까지. 간단히 말하면 10년이 걸렸다. 


내 느낌, 내 목소리, 내 줏대가 생기고 느껴지고 표현할 수 있기까지 걸린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게 느껴진다. 이제야 서서히 다른 사람이 느껴진다. 다른 사람의 느낌, 생각, 왜 저러는지 그 이유까지. 이런 게 공감이구나 그 시작을 맛보고 있다. 앞으로의 10년이 그래서 궁금해지지만 우선은 지난 10년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그때 써낸 계간지 글이 있었다. 


1년마다 폴더를 만들어 원고를 담아놨다. 1년마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해주는 말 혹은 독자들에게 당시의 나를 이해하기 돕는 글을 붙일까 한다. 


참 두근거린다. 이미 책으로 나와 여러(?) 사람들이 읽었을 글이지만 오롯이 내 이름으로 모아서 보여주는 건 다르니까 말이다. 이젠 과거의 내가 부끄럽지는 않다. 다만 이걸 재미있게 봐주실까 하는 우려가... 아주 조금씩 슬금슬금 기어나오려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진심을 담은 글을 보고 내가 용기와 힘을 얻었었기에. 특히 힘든 때 누워서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많이 봤다. 내 글도 누군가에게는 힘든 걸 버티는 데, 빠져나오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연재를 시작한다. 


(한 주에 1년치를 풀어놓을까 합니다. 월 혹은 월,목에 발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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