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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원 Nov 08. 2017

손에 잡히는 혁신

무엇을 혁신할 것인가


내가 목표한 혁신을 정의하라 

혁신 전도사로 알려진 경영 대가 게리 해멀(Gary Hamel) 교수는 “혁신 자체가 최적의 핵심 역량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혁신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는 만큼 큰 기업도 작은 기업도, 장수 기업도 신생기업도, 정부도 대학도 혁신하느라 바쁘다. 모두 혁신에 빠져있지만, 내가 이루어야 하는 혁신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조직은 매우 드물다. 우리 조직이 지금 풀어야 하는 혁신이 무엇인지 정의만 잘 해도 절반의 성공이다. 기업 혁신 코치로 활동하는 나의 사명은 조직이 아젠다 있는 혁신을 스스로 잘 해 나갈 수 있도록 교육으로 돕는 것이다. 




왜 혁신할 것인가

Q. 우리 조직은 지금 왜 혁신해야 하는가?

혁신이 혁신을 위한 혁신으로 공허하게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왜 혁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자동차 회사는 왜 혁신해야 할까? 프랑스 자동차 회사 르노닛산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리프’를 선보였다. 하지만 안주할 새도 없이 IT 업계의 공격을 받고 있다. 구글이 자율주행차, 우버가 차량 공유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자동차 업계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오프라인 서점은 왜 혁신해야 할까?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의 등장 이후 많은 오프라인 서점이 문을 닫았다. 런던의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20평 남짓한 헤이우드 힐 서점은 2013년에 고객 개인 서재를 맞춤형으로 채워주는 비스포크 서재(bespoke library)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 취향에 맞춰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을 엄선해 채운다. 일례로 부호의 의뢰로 20세기 근대 미술·디자인을 주제로 6개월에 걸쳐 3000여권의 책을 선별해 진열하고 8억 5천만원을 받았다. 

4차 산업혁명은 전 산업에 혁신의 이유를 주고 있다. 모바일·인터넷 플랫폼, 지식 업무 자동화, 사물인터넷, 클라우드기술, 드론, 무인차, 유전체학, 3D 프린팅, 신소재, 대체에너지 등 새로 등장하는 기술이 미래 산업의 지형을 바꾼다. 급변하는 낯선 기술이 지금 우리의 먹거리를 빼앗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오른손으로 오늘의 비즈니스를 해 나가는 한편, 왼손은 미래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양손잡이 조직이 되어야 한다. 




무엇을 혁신할 것인가 


Q. 가장 큰 성과를 얻으려면 무엇을 혁신해야 할까?

상품 혁신, 서비스 혁신, 고객 경험 혁신, 프로세스 혁신, 비즈니스 모델 혁신, 조직 문화 혁신 등 우리가 바꿀 수 있는 혁신 영역은 참 많다. 상품 혁신이 성공하려면 고객 경험 혁신도 같이 이루어져야 하는 등 각 혁신은 상호 작용한다. 하지만 한번에 모든 것을 다 이룰 수는 없다. 지금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느 영역에서 혁신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숙고해야 한다. 

미국 IT 회사 IBM은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했다. 정보통신 업계의 주 수익원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가자, 개인용 컴퓨터를 판매하던 IBM은 서비스·컨설팅회사로 변신했다. 서비스업으로의 변신을 혁신 아젠다로 정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상품 혁신을 이뤄 2015년에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순위 28위를 차지했다. 파운데이션을 손에 묻히지 않고 바를 수 있는 쿠션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세계 여성의 화장법을 바꿔 놓았고, 1초에 1개씩 팔리는 경영 성과를 냈다. 

미국 제약회사 존슨앤드존슨은 가격을 혁신했다. 림프종 치료제 벨케이드(Velcade)를 유럽 복지부에 제공했는데, 치료제를 사용한 환자의 90%가 효과를 보지 못하면 치료제 구매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을 걸어 가격에 책임감을 더했다. 

일본 맥주 기업 린맥주는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하자 경쟁자의 저가 경쟁에 지지 않기 위해 비용을 혁신했다. 알루미늄판을 얇게 가공하는 신기술을 개발해 350mL 맥주 깡통 무게를 15g에서 14g으로 1g 줄임으로써, 연간 1000만달러 이상을 절감했다. 

인도 IT서비스업체인 HCL테크놀로지는 조직 문화를 혁신했다. 조직 문화가 경직돼 시장 경쟁력이 낮아지고 이직률이 높아지자 CEO는 양방향 소통부터 시작했다. 인트라넷에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올리게 했고, CEO는 받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공개했다. 

일본 의류회사 유니클로는 프로세스를 혁신했다. 영업 이익률 급락이 물류 문제라고 판단하고 재고 줄이기에 나섰다. 본사와 물류센터 기능을 합한 초대형 물류센터를 신축하고 수요 조사, 디자인, 개발, 기획, 마케팅, 생산, 판매영업, 정보기술인력 1000여명을 한곳에 모았다. 정보가 실시간 공유되면서 기획과 생산의 흐름이 일주일에서 하루로 줄었고, 최적의 수량을 제작해 재고를 줄였다.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Q. 어떤 방식의 혁신이 우리 조직에 적합할까?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한 조직이 있는가 하면, 파괴적으로 혁신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시장 우위를 점한 기업은 점진적 혁신이 적합하고, 새로 들어오는 진입자는 파괴적 혁신을 해야 한다고 한다는 의견이 있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 선발주자도 점진적 혁신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도 한다. 정답은 없다. 점진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을 부문별로 동시에 가져갈 수도 있다. 우리 기업의 특수성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한다.

공유 경제는 기존 경제를 파괴적으로 혁신한다. 우버는 자동차에 대한 개념을 소유에서 공유로 바꾸어 놓았고, 에어비앤비는 여행자에게 호텔 대신 현지인 가정집에서 숙박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구글은 매일의 혁신을 실천한다. 근무 시간의 20%를 맡은 업무와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함으로써 작은 혁신이 회사 전체에서 매일 일어난다.

중국은 유명한 카피캣(copy cat), 즉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이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강점을 빠르게 흡수하고 단점을 빠르게 개선해 적은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한다.




누가 혁신할 것인가 


Q. 누가 조직의 혁신을 누구와 함께 이끌 것인가?

어느 조직이든 실세 없는 혁신팀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혁신은 힘이 센 실세가 주도해야 하는데, 혁신 파트너는 위, 아래, 외부 등 다양한 곳에 있을 수 있다. 

미국 콘택트렌즈 업체인 시바비전은 혁신 담당자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신제품 개발 본부장은 부회장에게 보고하고, 경영 회의에서 혁신 사업을 직접 브리핑했다. 경영진의 뜨거운 관심을 바탕으로 혁신 제품이 쏟아져 세계 1위 콘택트렌즈 업체로 발돋움했다. 

스티브잡스는 하향식 혁신의 대명사다. 1997년에 애플 CEO로 복귀한 스티브잡스는 내부에서 진행 중이던 제품 개발 계획 대부분을 폐기했다. 직원들이 반발하자 ‘Think Different’ 두 단어로 모두를 침묵시키고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연이어 출시하며 혁신을 주도했다. 

2004년에 독일 이베이 지사장이 된 슈테판 그로스-젤벡은 아래로부터의 혁신을 이끌었다. 실무 담당자가 본사 승인 없이 제품 개발이나 홍보 행사를 작은 규모로 진행하게 하고 결과가 좋으면 정식 서비스로 만들었다. 그 결과 3년만에 독일 인터넷 이용자의 절반이 이베이 회원이 될 정도로 성장했다.

넷플릭스는 개방형 혁신에 강하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통계학자, 수학자, 경영과학자를 대상으로 자사가 추천한 영화를 선택할 확률보다 10% 높은 알고리즘을 만드는 우승자에게 100만달러를 상금으로 지급하는‘넷플릭스 100만달러 챌린지’를 열었다. 3년 동안 전 세계 150여개국 2만여 개 팀이 참여했고, 목표를 달성한 한 개 팀이 100만달러의 상금을 차지했다. 




혁신에 정답은 없다


조직에 따라 빠른 혁신이 좋을 수도, 느린 혁신이 좋을 수도 있다. 조직의 목표, 문화, 가치, 사업 영역 등에 따라 혁신의 방향성은 여러 갈래 길로 나뉜다. 혁신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사고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지만, 우리 조직 문제는 우리 스스로 풀어내야 한다. 우리 조직은 지금 어떤 혁신을 이뤄야 하는가. 지금 당면한 혁신을 제대로 정의하는 것이 모든 혁신의 시작이다. 왜 혁신해야 하는가, 무엇을 혁신해야 하는가,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누가 혁신을 이끌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흐릿한 혁신 아젠다가 명료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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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들의 비즈니스 코치'이자 기업 교육을 설계하는 '혁신 전문가'

한양대학교 경영교육원(FIT) 센터장

윤정원 joan0823@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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