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을 준비하는 하루

2024년 11월 8일

by 양동생

선물을 준비하는 날이었다.


이틀 뒤면 누나의 생일이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오롯이 누나를 위해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동경하는 누군가를 위해 하루를 온전히 바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사람들은 그런 게 특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그런 건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니까. 오늘은 그걸 알아보기로 했다.


어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누나를 위해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냥 사는 것도 괜찮았겠지만, 진심을 담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원데이 클래스를 찾아갔다.


거기에서 생크림을 휘핑하는 법부터 케이크 시트를 굽는 법까지 하나씩 배웠다. 어설펐지만 재미있었다. 강사님이 말했다.


“케이크는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들어가는 음식이에요.”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내가 만든 생크림에는 어떤 마음이 들어갈까? 달콤할까, 아니면 어딘가 씁쓸할까? 사실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할 일은 아니었는데, 괜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집에 돌아와 연습 삼아 한 번 더 만들어 봤다.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생크림은 묽어서 흘러내렸고, 케이크 시트는 살짝 타버렸다. 이상하게도 그게 나쁘게 느껴지진 않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만든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나는 부산으로 향했다. 누나가 좋아하는 ‘구자윤과자점’의 무화과 바스켓 빵을 사기 위해서다. 아침 7시에 출발했는데, 고속도로는 이미 차들로 가득했다. 긴 여정이 될 것 같았다.


운전하면서 잠시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뭘까? 답은 금방 나왔다. 굳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누나가 기뻐했으면 했다. 아마, 그게 전부였다.


부산에 도착한 건 정오 무렵이었다. 가게에서 무화과 바스켓 빵을 손에 쥐는 순간 묘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오래된 숙제를 끝낸 기분이랄까. 동시에 또 다른 숙제가 생긴 느낌도 들었다. 이걸 어떻게 전해야 할지, 전하는 게 맞는 일인지 고민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온 건 저녁 7시였다. 차 안에서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뒀지만, 지금은 어떤 노래가 나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그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음악이 아니라 그 순간 느꼈던 감정일 테니까.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선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움직였지만 이상하게도 피곤하지 않았다. 생크림을 휘젓고 쿠키 반죽을 오븐에 넣으면서 다시 생각했다.


누군가를 위해 움직인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라고. 내 안에 이렇게 많은 에너지가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에너지가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끌어올려질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내일은 누나에게 선물을 전할 날이다. 나는 체육대회에 참가하고, 누나는 당직 근무를 설 것이다. 그래서 몰래 누나의 자리에 케이크와 빵, 쿠키를 가져다 놓을 계획이다. 선물이 누나를 불쾌하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keyword
이전 01화조용한 마음으로 시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