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9일
아침 6시쯤 눈이 떠졌다. 하늘이 맑았다. 창문을 열자 서늘한 바람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별거 아닌 순간인데도, 이상하게 오늘이 조금 특별해질 것 같았다.
이유 없는 감상이었지만, 그런 생각이 하루를 움직일 때가 있다.
체육대회 날이었다. 사실 행사엔 별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해마다 돌아오는 형식적인 이벤트, 기대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좀 달랐다. 누나 생일이 내일이었다. 오늘이 아니면 선물을 전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여보기로 했다.
체육대회 시작 전에 회사에 들렀다. 준비해둔 선물을 누나 자리 위에 놓기 위해서였다. 텅 빈 사무실에 들어서니 괜히 긴장됐다. 혹시 누가 갑자기 들어와서 “뭐 해?”라고 묻기라도 하면 어떻게 답해야 할까? 생각보다 별것도 아닌데, 그 순간에는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선물 상자와 케이크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몇 번이나 위치를 고쳤다. 괜히 각도도 맞춰보고, 다시 옮기고, 또 고쳐봤다. 누가 봤다면 별거 아닌 걸로 진지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그게 나름대로 중요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자리를 떠났는데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마치 누나의 일상에 몰래 발을 들여놓은 것처럼, 작지만 어딘가 죄를 지은 기분이었다.
얼마 뒤, 누나에게서 카톡이 왔다.
‘감동’ 이모티콘. 그리고 짧은 메시지.
“남자친구도 안 해준 건데 후배한테 받다니 영광이야.”
그 말을 읽는 순간, 묘하게 기뻤다.
그저 농담처럼 툭 던진 말일지도 모른다. 큰 의미를 두고 한 이야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다. 누나에게서 받은 첫 번째 인정 같은 느낌. 동생으로서 처음으로 무언가 제대로 인정받았다는 기분.
크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 한 마디가 묘하게 자꾸 맴돌았다. 생각보다 그 기분이 컸다.
덕질이라는 건 결국 그런 거다. 상대가 내 마음을 몰라도, 나는 그 마음 때문에 하루를 다르게 살아간다. 나 혼자 만들어낸 애정이지만, 그 마음이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오늘은 동생으로서 조금은 인정받은 날이었다. 그리고 그 기쁨이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작고 별거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작은 노력이 어떤 순간에는 누군가에게 닿고 때로는 아주 사소한 인정이 하루 전체를 특별하게 만든다.
오늘은 그런 하루였다. 그걸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