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격다짐으로 하는 매일매일 퇴근 인사 챌린지

2024년 11월 13일

by 양동생

오늘도 대화를 하지 못한 날이었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면 어쩔 수 없이 섭섭하다.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던 이야기들, 괜히 전하고 싶었던 말들이 많았는데, 결국 “고생 많았어요”라는 짧은 인사 한 마디로 모든 게 끝나버렸으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누나 입장에서는 그 한 마디조차 과분할지도 모른다. 덕질러라는 건 원래 그런 존재다. 상대의 입장과 자신의 기대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맞추려고 애쓴다. 섭섭하다가도, 곧 그 한 마디를 곱씹으며 스스로를 달랜다.


퇴근 인사라는 건 원래 가벼운 말이다. 하루의 끝을 정리하는 의례 같은 것. “잘 들어가세요”, “내일 봬요” 같은 인사는 대부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기 쉽다. 하지만 나 같은 덕질러에게는 다르다. 단순한 인사 속에서도 무언가 의미를 찾고 싶어진다.


이유는 명확하다. 그 인사가 유일한 연결 고리이기 때문이다.


부서가 달라진 누나와 내가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돼 있다. 억지로 대화를 끌어낼 수도 없다. 그렇게 되면 그 자체로 정말 돌이킬 수 없는 큰 부담이 될 테니까. 그래서 퇴근 인사 챌린지를 이어간다. 어제도 건넸고, 오늘도 전했고, 내일도 할 것이다. 이 단순한 반복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라고 믿기 때문에.


이 짧은 인사는 나름의 역할이 있다. 아주 작은 접점을 만들어 주는 것. 멀어지지 않겠다는 신호 같은 것. 기대는 하지 않으려고 해도, “고생 많았어요”라는 내 말이 언젠가 누나의 하루 끝에 잠깐이라도 쉼표가 되기를 바란다.


물론 그 인사가 누나에게 대단한 의미로 다가갈 가능성은 낮다는 것도 잘 안다. 그냥 형식적인 인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덕질러의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반복이라는 건 의미 없는 행동을 쌓아 의미 있는 것처럼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이 챌린지는 나 혼자만의 의지도 담고 있다.


“고생하셨어요. 꼭 조심히 들어가세요.” 이 한마디 속에는 누나가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내일 봬요.”*라는 말에는 다시 만날 내일이 온다는 것을 믿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그 말들을 계속 건네면서, 나는 내가 지키고 싶은 것들을 조금씩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퇴근 인사는 거창한 의미나 드라마틱한 변화 같은 걸 기대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저 매일같이 반복하면서, 스스로 안에서 작게 쌓아가는 믿음 같은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믿음이 아주 작은 연결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누나는 이런 반복이 귀찮을 것이다. 그래도 매번 짧게나마 답해주는 걸 보면, 역시나 참 상냥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오늘도 퇴근 인사 챌린지를 이어간다. 그게 내 마음을 지키는 가장 조용한 방식이니까. 그리고 그 작고 반복적인 다리가 언젠가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하찮아 보이는 반복 속에서 스스로 의미를 찾고, 그 의미로 하루를 버티는 것 또한 덕질이다. 그래서 섭섭하면서도, 이상하게도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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