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스지와 덕질러의 생존에 대하여

2024년 11월 15일

by 양동생

오늘은 누나에게 불스지를 좋아하시냐고 물어보고, 함께 가자고 제안해보려던 날이었다.


늘 이런 식이다. 작은 희망을 품고, 어떻게든 약속을 만들어보려 애쓴다. 상대는 이 노력을 알까? 아마 모를 것이다. 늘 스스로를 *“나는 둔감한 사람이야”*라고 정의하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 그건 사람들 사이에서 꽤 흔한 기술이니까.


누나는 알쏭달쏭한 사람이다. 덕질러로서 늘 관찰하고 연구하지만, 여전히 그 깊은 곳까지는 닿지 못한 느낌이다.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멀어진다.


이번 제안이 받아들여질지는 모른다. 새로 옮긴 부서에서 바쁘게 지내는 것도 알고 있고, 나에게 시간을 내줄 만큼 여유가 없을 거라는 것도 안다. 그래도 멈출 수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덕질러의 삶은 원래 그런 거다. 제안은 내 몫이고, 거절은 상대의 몫이다. 제안을 거절당해도 서운해하지 않는 건 기본 소양에 가깝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반복된 제안이 어디부터 치근덕거림으로 느껴지는지, 그 경계선을 읽어야 한다.


그래서 덕질러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눈치다. 적당한 거리, 적당한 속도. 너무 자주 다가가면 부담을 줄 수 있고, 너무 멀어지면 존재감이 흐려진다. 잊을 만하면 한 걸음 다가가는 것, 그게 가장 어렵지만 필요한 기술이다.(아마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오늘의 불스지 제안이 성사되든, 그렇지 않든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건 시도하는 과정이다. 그 작은 시도가 나를 덜 무력하게 만든다. 그냥 지켜보는 것과 뭔가 해보려는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물어볼 것이다. 누나에게, 뭘 좋아하는지. 혹시 함께 가주실 수 있냐고.


치근덕거림과 거리 두기 사이, 그 미묘한 균형을 잡으면서. 어쩌면 이게 덕질러로서 살아남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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