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하는 마음의 무게

2024년 11월 20일

by 양동생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에는 무게가 있다. 그 무게는 언제나 일정하지 않다. 가끔은 솜털처럼 가볍고, 가끔은 쇳덩이처럼 무겁다. 오늘은 후자였다.


오늘 아침에도 고민했다. 오늘은 어떤 빵을 사갈까? 단팥빵? 크루아상? 식빵 한 조각조차도 의미가 된다. 빵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작은 의식 같은 것이었다. 그걸 건네며 짧게 나누는 대화,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는 따뜻한 온기, 그 모든 게 나에게는 연결의 징표였다. 하지만 오늘, 그 연결에 선이 그어졌다. “빵 좀 그만 사와.”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물론, 칼로 찔린 것처럼 아프진 않았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헛헛해졌다. 빵이 없어진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작은 습관이 사라지는 건 예상보다 더 큰 충격을 준다. 덕질이란 본래 그런 것이다. 조그만 것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아주 사소한 기쁨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그게 덕질러의 삶이다.


덕질을 제법 하다 보면 깨닫게 된다. 덕질의 본질은 소유가 아니다. 오히려 거리에서 오는 묘한 기쁨에 가깝다. 내가 원하는 만큼 가까워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거리 안에서 행복을 찾는 것.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순간이 있고, 아주 작은 가능성 하나에도 제법 들뜬다.


나는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생긴다면 행복할 것 같다. 덕질은 단순한 찬양이 아니다. 덕질은 상대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편안하고 기쁘길 바라는 마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답답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다. 덕질러란 원래 그런 존재니까.


빵은 이제 안 사도 된다. 하지만 혹시라도 언젠가 그녀가 “이 빵 맛있겠다”라고 말하는 날이 온다면, 나는 기꺼이 100개라도 사 올 준비가 되어 있다. 덕질하는 마음의 무게는 그렇게 흔들리면서도, 언제나 같은 자리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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