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
사람들은 흔히 좋아하는 사람을 강렬한 빛에 비유한다. 타오르는 불꽃이나 눈이 부실 정도로 쏟아지는 햇살처럼,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주위를 사로잡는 빛. 가까이 다가가려는 순간, 그 뜨거움에 손을 데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누나는 그런 빛이 아니다. 누나는 서서히 퍼지는 잔잔한 빛이다. 눈부시지도, 압도적이지도 않다. 그저 조용히 곁에 머물며, 한없이 담백하게 주변을 비춘다.
이런 빛은 사람을 무너지게 하지 않는다. 대신, 애태우게 만든다. 너무도 부드럽고 잔잔해서 오히려 놓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느껴진 그 온기는 오래도록 마음을 붙잡는다.
이런 빛 앞에서는 쉽게 다가갈 수 없다. 급하게 움직이면 놓쳐버릴 것 같고, 너무 조심하면 영영 멀어질 것만 같다. 그러니 애가 탄다. 가까이 가고 싶지만, 막상 다가서면 한 걸음 물러서야 할 것 같은 망설임.
나는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그림자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잔잔한 빛이 비추는 자리 한켠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사람.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잔잔한 빛 앞에서는 자꾸 욕심이 생긴다.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고, 조금만 더 오래 머물고 싶어진다.
이런 마음은 어쩌면 불가항력적인 것이다. 불나방이 불을 향해 날아가듯, 타버릴 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것처럼.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그 온도에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은 마음.
누나는 그런 존재다. 사람을 압도하지 않으면서도, 그 존재만으로 조용히 마음을 흔드는 사람. 그런 빛 앞에서는 괜히 서성거리게 된다.
나는 알고 있다. 이런 마음은 오래 갈수록 애달프고, 결국은 스스로를 갉아먹는다는 걸. 하지만 그 잔잔한 빛이 주는 따뜻함이, 지금의 나를 버티게 하는 유일한 이유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금 더 바라본다. 언젠가 내 마음이 완전히 닳아버리기 전까지는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