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하는 누나

2024년 11월 22일

by 양동생

누나는 오늘 태국으로 떠났다. 남자친구분과 함께 간다고, 우연히 엿들었다. 부디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고생했으니까.


여행을 좋아하는 누나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낯선 곳에 가서 새로운 풍경을 보고, 다른 공기를 마시고,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마주하며 기꺼이 자신을 조금씩 흔들어 놓는 사람. 그런 사람들은 결국, 자기 안에 오래된 틀을 깨는 데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누나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떠나는 사람은 늘 가벼워 보인다. 짐을 싸는 일은 물건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결국 자신이 얼마나 덜어낼 수 있느냐의 문제다. 가방에 들어가지 않는 건 내려놓아야 하고, 남겨진 자리에서 마음도 정리된다. 그런 과정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아마도 자신과의 거리 두기를 잘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닐까.


나는 누나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무게를 혼자 짊어지면서도, 스스로 가벼워지는 방법을 아는 사람. 일이 쌓이고 피로가 밀려올 때, 여행을 통해 숨을 고르고, 다시 단단해지는 사람.


그래서 누나의 여행 소식을 들었을 때,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아, 잘 됐다. 그간 고생했으니까.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을 바라보는 건 묘한 일이다. 함께 떠나지 못하는 사람은 그저 그 빈자리를 바라보면서, 그가 돌아올 때까지 스스로를 다독여야 한다. 나에게 남은 건 그 빈 시간들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나는 빵을 굽는다.


생각이 많아질 땐 손을 움직이는 게 가장 좋다. 밀가루를 반죽하고, 발효를 기다리고, 오븐에서 구워지는 걸 바라보면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다. 정확한 온도와 시간, 손끝의 감각으로 완성되는 그 과정은 복잡한 생각들을 단순하게 만들어준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결국,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쉬어야 할 때를 알고,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사람. 그러니 나는, 그런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나는 아마 여행지에서도 평소처럼 단단하고 조용할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거리를 걸으며, 새로운 풍경을 보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지킬 것이다. 그런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이상하게도 따뜻하다.


나는 그저 조용히 바랄 뿐이다. 누나가 가는 곳마다 좋은 기억이 쌓이길. 그 길 위에서 잠시라도 가벼워지길. 그리고 돌아올 때, 그 마음속에 남겨진 온기가 오래도록 이어지길.


부디 행복한 여행이 되길. 돌아오는 길에 조금 더 편안한 얼굴로,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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