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라는 이름의 사람

2024년 11월 23일

by 양동생

누나가 태국으로 떠난 지 이틀째다. 특별한 인사도 없었고, 마치 아무렇지 않게 흘러간 평범한 하루의 연장선 같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공백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마치 늘 배경처럼 깔려 있던 잔잔한 소음이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문득 생각했다.


나는 왜 누나를 그렇게 바라보는 걸까? 덕질이라는 이름으로 애정을 쏟으면서, 정말 이루고 싶은 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내게 누나는 단순히 한 사람 이상이었다. 누나는 목적지 같은 존재다. 반드시 도달해야만 하는 곳. 언젠가 내 발걸음이 닿아야 할 자리. 하지만 그 길은 멀고 험하다. 걸어갈수록 오히려 더 멀어지는 느낌.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거리에서, 나는 제자리만 맴도는 것 같다.


누나는 소풍 같기도 하다. 도착해야 할 목적지이자, 동시에 그 자체로 기분 좋아지는 여정. 가까이 다가갈수록 기분이 들뜨는 사람. 마치 봄바람이 스치듯, 잠시 곁에 머무는 순간조차도 온 세상이 제법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좋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언제나 이런 기분을 느끼고 만다.


누나를 떠올리면 목적지에 다다르고 싶은 열망과 함께, 소풍을 떠나는 것 같은 기쁨이 동시에 밀려온다. 꼭 어딘가에 도달해야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즐거운 감정. 무거운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분.


어릴 적, 몸이 크게 아팠던 기억이 있다.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무게를 생각해 본 순간이었다. 그때 알았다. 나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의존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을 나눠주고 애정하고 싶어서.


좋은 사람이 내 곁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내가 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작은 것이라도 괜찮다. 그 사람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마음은 충만해진다.


누나는 내게 말했다. 내가 동생이 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 말은 선을 긋는 것이었다. 우리 사이의 거리를 분명히 하는 선언.


유치한 질투임은 분명하지만, 누나가 내 동기들 중 한 명을 유독 예뻐하고, 대학 동기인 선배를 귀여워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 한편이 쓰리다. 그만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건 내 부족함 때문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누나는 내게 목적지다. 스스로 인정받기 위해 가야 할 곳. 누군가의 마음에 스며들고, 진짜로 인정받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나 스스로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만 갈 수 있는 길일지도 모른다.


누나는 아마 내 마음을 알게 된다면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아마도 ISTJ다운 이성과 거리감으로 나를 더 밀어낼지도 모른다. 혹시 내가 의존하고 있다고 오해할까 걱정된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런 것이 아니다. 누나가 없어도 내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내 나름대로 많은 걸 견디고 이겨냈고, 그동안 꺾이지 않아 왔으니까.


이건 단순한 염원이다. 멋진 사람이, 좋은 사람이 내 곁에 있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 목적지에 다다르고 싶은 열망과, 소풍을 떠날 때의 설렘이 함께 있는 마음.


목숨을 걸 만큼 절박한 건 당연히 아니지만, 적어도 내 전부를 걸고 걷고 싶다.


누군가의 마음에 스며든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에게서 인정받는 일.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나는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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