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7일
오늘은 누나가 최근 가장 최애 빵집이라고 말했던 쥬르드뱅 베이커리를 경험했다.
빵집을 방문하기 전부터 내 머릿속에서는 이미 감자 치아바타의 고소한 향이 살랑살랑 부유한다. 실제로 그 빵은 담백한 맛에 감자가 은근히 깃들어 있어, 어쩌다 한입 베어 물면 예상치 못한 ‘킥’을 선사하곤 한다.
누나는 이 빵을 유독 좋아한다고 했다. 맛있는 걸 잘 아는 사람 특유의 반짝이는 눈으로, 감자 치아바타 이야기를 할 때마다 침이 고이는 기분이다.
먹어보니 누나에게 꼭 말해주고 싶었다. “이 빵은 말이야, 겉보기엔 그냥 치아바타 같아 보이지만 안에 들어간 감자가 진짜 포인트야.” 꼭 내가 듣는 음악이나 읽는 책에 대해 들뜬 마음으로 말하듯 열정이 묻어날 수 있다.
처음에 나는 “빵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담백하게 시작되는 한입이, 어느 순간 감자의 고소함으로 툭 치고 들어온다. 마치 재즈 연주를 듣다가 갑자기 독특한 음색이 튀어나오는 느낌이랄까. 사실 나는 원래 빵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는데, 누나 덕분에 이 치아바타 한 덩이에 귀를 기울이게 된 셈이다.
누나를 볼 때마다, “좋은 맛을 알아보는 사람은 또 다른 세상을 살고 있구나” 싶어서 신기하다. 특히 감자 치아바타 같은 빵은, 괜히 그저 기름지고 짠맛만 앞서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감칠맛을 만들어내는 게 매력이다. 아마 그런 묘미를 누나가 빠르게 캐치해 낸 것이겠지. 누나는 “맛을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그래서 앞으로 누나가 “이 것 맛있어”라고 추천하면, 의심 없이 시도해보려고 한다.
쥬르드뱅 베이커리는 이른 아침부터 반죽을 치댄다고 한다. 문 열자마자 찾아가면, 막 나온 감자 치아바타를 살 수 있다. 그때의 온기야말로, 빵이 낼 수 있는 최상의 향을 선물해 준단다. 누구라도 계속 손이 가서, 어느새 한 덩이를 다 먹어치워 버릴 것 같다.
누나가 맛있는 걸 너무 잘 알고, 내가 또 그런 누나에게 이끌려 새로운 맛을 발견해 나가는 모습이 어쩐지 근사하게 느껴진다. 세상에는 참 많은 빵이 있고, 그중에는 감자 치아바타처럼 가만히 있다가도 강렬한 매력을 꺼내 보이는 것들이 있다. 혹시라도 누나가 “오늘 저녁엔 이거 먹으면 좋겠지?”라고 말해준다면,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혹시 또 놀라운 ‘킥’을 경험하게 될지 모르니까.
감자 치아바타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아마 다음 주의 어느 날엔가 점심때가 되면 슬며시 걸음을 옮겨 쥬르드뱅 베이커리에 들르겠지. 그리고 그날 오후에는 누나에게 문자를 보낼 것이다. “역시 그 빵은 놀라워.” 그러면 누나는 “그렇지, 알았지?” 하고 웃어주면 좋겠다. 그냥 그 작은 대화만으로도 오후가 조금 더 따뜻해질 것 같다.
결국, 빵이건 뭐건, 누군가가 사랑하고 아끼는 것을 함께 공감한다는 건 참 소중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담백함 속에서 불쑥 나타나는 감자의 고소함처럼, 인생에도 그런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누나는 그 순간들을 누구보다 잘 알아채는 사람이다. 나는 누나의 그 점이 너무 좋다. 그리고 감자 치아바타 한 덩이가 주는 작은 행복도, 그 점을 깨닫게 해주는 매개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