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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누나를 좋아하는 일에 대하여

2024년 12월 25일

by 양동생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왕왕 늘 비슷한 고민을 한다. 선물은 무엇으로 할까. 어떤 걸 준비해야 할까. 사실 고민할 것도 없이 정해져 있는 문제인데도, 매년 같은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고른다는 것은 그 사람을 떠올리는 일이고, 그 사람을 떠올리는 일은 곧 그 사람을 좋아하는 일과 다르지 않으므로.


선물을 주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더 어려운 것은, 선물을 받아주는 사람에 대한 감사다. 나는 선물을 건네면서도 늘 마음이 조심스러워진다. 선물은 주는 사람의 마음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받는 순간이 온전히 상대의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선물을 받는 사람이 그것을 기꺼이 받아줄 때, 그 순간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때, 나는 그것이 오히려 더 고맙다.


나는 그간 크리스마스에는 많은 것들이 주고받아 왔다. 반짝이는 트리 아래 놓인 포장된 선물들, 따뜻한 인사와 웃음, 잔에 따라지는 와인 한 모금,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들까지. 하지만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면서 깨닫는 건, 그것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선물이라는 건 결국 ‘나는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아주 단순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그러니까 크리스마스에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어쩌면 다른 날보다 조금 더 선명해지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1년 중 단 한 번뿐인 이 날에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다시 한 번 새롭게 자각하는 일이니까. 그리고 그 감정이 크리스마스라는 이름 아래 조금 더 다정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 자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누나는 선물을 받아주는 사람이어서 좋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사람은 때때로 선물을 받을 때 지나치게 쑥스러워하거나, 혹은 “왜 이런 걸 했어?” 같은 말을 하며 거리를 두기도 한다. 하지만 선물을 주는 사람이 가장 바라는 것은, 그 순간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일이다. 누나는 그런 의미에서 선물을 자연스럽게 받아주는 사람이어서, 나는 안심하고 무언가를 준비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에 누나를 좋아하는 일은, 크리스마스를 더 크리스마스답게 만드는 것 같다. 거리에는 캐럴이 흐르고, 사람들은 어디론가 분주히 이동하고, 따뜻한 조명이 창가를 비출 때. 나는 여전히 올해의 선물이 적당한지 고민하면서도, 결국 이 모든 고민이 누나를 좋아하는 과정의 일부라는 걸 안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누나에게 감사를. 올겨울도, 그리고 내년의 크리스마스도, 나는 같은 고민을 하겠지. 하지만 고민의 끝엔 결국 같은 결론이 남는다. 누나를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을 선물이라는 작은 형태로 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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