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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많이 마시는 누나를 걱정하는 일에 대하여

2024년 12월 26일

by 양동생

걱정이란 원래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한 번 떠오르면 계속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법이다. "괜찮겠지?" 하고 애써 덮어두려고 해도, 다음 순간 "정말 괜찮은 걸까?"라는 의심이 따라붙는다. 걱정이란 그런 것이다. 끝이 나지 않는다.


누나는 술을 많이 마신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어느 날 문득 들은 이야기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조용히 걱정하는 사람이 되었다. 직접 본 적은 없어도, 어느 자리에서 누군가 건넨 말들로 그려지는 장면들이 있다. 늦은 밤, 술잔을 기울이며 흐려지는 표정, 늘어지는 말투, 그리고 천천히 무너지는 어떤 마음의 가장자리들.


어떤 사람들은 술을 마시는 일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일 때문인데, 마셔도 괜찮아." "다들 그렇게 살잖아." "어느 정도는 풀어줘야지." 하지만 걱정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어느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마음 한구석에 쌓이는 불안감이 있다. 이대로 괜찮을까? 혼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술이, 결국 더 깊은 술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사람은 술을 마시는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기쁠 때 마시는 사람도 있고, 무언가를 견디기 위해 마시는 사람도 있다. 누나는 일 때문에 마신다. 하지만 걱정하는 입장에서는 그 이유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술을 마신 후의 시간이다. 다 마신 잔을 내려놓은 후의 공허함, 잠들기 직전의 쓸쓸함,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의 무력함. 나는 그 시간이 걱정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걱정하는 마음은 결국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고 싶지만, 그것이 부담이 되진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너무 마시지 마." "조금만 줄이면 안 돼?" 같은 말들은 어쩌면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렇게까지 해야 할 만큼 내가 걱정할 자격이 있나 싶어 져 조용히 입을 닫는다.


하지만 결국 걱정은,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술을 마시지 않아 건강히 상하지 않는 하루가 있기를 바라고, 그 하루가 쌓여 조금 더 건강한 나날이 되기를 바란다. 가끔은 "오늘은 그냥 쉬어"라고 말하고 싶고, 때로는 몸에 좋은 것들은 죄다 챙겨주고 싶다.


누나는 아마도, 앞으로도 가끔 술을 마실 것이다. 그것을 막을 수도, 대신할 수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알아줬으면 한다. 누군가가 오늘도 당신이 무사하길 바라고, 더 늦지 않은 밤에 집에 도착하길 기도하고 있다는 것.


걱정은 멈추지 않겠지만, 그 걱정이 다정한 무게로 전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 술잔을 내려놓은 순간에도, 누군가는 누나가 괜찮길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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