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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나를 성장시킨다

2024년 12월 29일

by 양동생

무안 취재를 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한 심정은 "왜 하필 나인가?"였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준비할 시간도 없이, 다짜고짜 떠밀리듯 가야 하는 자리. 이런 순간은 언제나 두렵다. 익숙하지 않은 곳, 낯선 사람들, 정리되지 않은 질문들. 하지만 곧이어 떠오른 생각은 또 다른 것이었다.


‘누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누나는 나를 성장시킨다. 그것은 직접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누나가 어떻게 말할지, 어떻게 행동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들 때면, 나는 늘 ‘성장’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누나는 아마 가야 한다면 묵묵히 갈 것이다. 그런 사람이다. 준비가 되었든, 되지 않았든, 해야 하는 일이라면 책임감 있게 해내는 사람. 나는 그런 누나를 보면서 배운다. 어떤 일을 피하지 않는 태도, 무언가를 온전히 해내는 자세,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단단히 세우는 법을.


하지만 그것을 ‘보고 배운다’고 해서 그대로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 나는 무안에 도착해서도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할 것이다. 어디서부터 취재를 시작해야 할지, 누구를 만나야 할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길을 걷다가 멍하니 서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순간 다시 생각할 것이다.


‘누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조금 더 움직인다. 어떻게든 취재를 시작해야 하고, 인터뷰를 해야 하고, 이야기를 정리해야 한다. 결국,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나는 아직 미숙하지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언제나 주어진다. 다만 그 기회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나의 몫이다.


누나는 나를 성장시킨다. 가르치려고 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그것을 보면서 스스로 다짐한다. 누나가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하지만 조금 더 단단한 모습으로 나아가야겠다고.


무안의 길을 걷는 동안에도, 나는 아마 계속 생각할 것이다. 누나라면.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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