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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의 답답함과 합의, 그리고 나를 돌아보는 일

2024년 12월 31일

by 양동생

어떤 관계든 답답함이 쌓이는 순간이 있다. 그 답답함이 정확히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왜 그렇게까지 느껴지는지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그 감정을 분명하게 마주하게 된다.


누나는 내게 답답했다고 했다. 그리고 합의해서 해소됐다고 했다.


그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무엇이 답답했을까. 나의 어떤 행동이, 어떤 말이, 어떤 태도가 누나를 답답하게 했던 걸까. 그리고 합의란 무엇일까. 어떻게 해서 우리는 그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었을까.


관계 속에서 '합의'라는 단어를 떠올려본다. 합의란 결국 서로 다른 입장과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가 함께 인정할 수 있는 어떤 기준을 만드는 과정일 것이다. 그러니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건, 서로가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한 발씩 내디뎠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합의 이전에는 반드시 어떤 불편함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나는 생각해본다. 나의 어떤 점이 누나를 답답하게 했던 걸까. 혹시 너무 많은 질문을 했던 걸까, 아니면 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걸까. 누나는 답답함을 느꼈고, 나는 그것을 몰랐다. 그래서 결국 ‘합의’라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어쩌면 나는 내 입장에서만 관계를 바라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건 아닐까.


돌아보면, 우리는 관계를 맺을 때 종종 한쪽의 감정만을 중심에 둔다. 내가 느끼는 감정, 내가 기대하는 반응, 내가 원하는 방식의 소통. 하지만 관계란 혼자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있고, 그 사람의 감정과 속도, 받아들이는 방식이 있다. 그러니 합의란, 결국 그 균형을 찾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 일이 나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인지, 혹은 그래야만 하는 일인지 고민해본다. 때로는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누군가가 내게 답답함을 느꼈다면, 나는 적어도 그 답답함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


관계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조정하고, 맞춰가고, 합의한다. 그리고 때때로,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나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나의 무엇이 답답하게 했고, 우리는 어떻게 합의에 도달한 걸까. 하지만 어쩌면, 그 궁금증 자체가 나를 조금씩 성장하게 만드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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