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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아이거 인생의 궤적을 따라가보다.

"지나 온 삶의 궤적들이 완벽하게 앞뒤가 맞아떨어진다는 것이..."

by 이준

"사실 내 인생에는 아직도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지나 온 삶의 궤적들이 완벽하게 앞뒤가 맞아떨어진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의미다. 오늘이 내일로 이어졌고, 이 직무가 저 직무로 연결되었으며, 하나의 선택이 다음의 선택을 잉태했다."


"행운이 성공의 많은 부분을 좌우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지금까지 놀랍도록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돌이켜보면 실로 꿈만 같았던 일들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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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발자취가 담긴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잠시나마 대신 살아보는 것만 같다. 특히, 이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친 사람의 글은 더욱 그렇다. 마블을 인수하고, 디즈니의 혁신을 가져 온 밥 아이거의 글은 더욱 그랬다.


회사를 경영하는 CEO는 어떤 재능을 갖고 있어야할까?

밥 아이거가 ABC 시절 만난 톰 머피와 댄 버크를 서술하는 부분이 인상깊다. 처음 등장부터 책의 뒷 부분까지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아이거의 멘토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아이거를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잠재력과 역량을 중시하며, 밥 아이거를 예상보다 높은 자리에 앉혔다. 무려, ABC TV의 no.2 자리였다.


"톰과 댄은 그런 측면에서 완벽한 보스였다. 그들은 경험보다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으며, 직원들에게 기존에 해왔던 것보다 더 많은 역량이 필요한 역할을 맡아보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험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두뇌에 투자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었다. 그들은 재능있는 사람들을 성장할 수 있는 자리에 앉히면 설령 익숙하지 않은 영역일지라도 성공적으로 이끌것이라고 믿었다."


"톰과 댄은 가까이 다가가기 쉬운 따뜻한 보스였따. 직원이 어떤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하면, 그들은 기꺼이 문을 열고 귀를 기울여주었다. 조언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들은 이타적으로 그것을 제공했다."


"그들은 또한 분상형 기업구조의 가치를 믿었다. 만약 어떤 임원이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가운데, 특정 예산에 대한 타당성을 주장하면 그들은 그에게 재량권을 주었다. CFO와 법률자문위원을 제외하고, 본사 임원을 따로 두지 않았으며, 따라서 중앙집권적인 관료조직도 없엇다."


결국, 경영자는 투자를 잘하는 사람이다. 그것이 돈이든, 사람이든, 인풋을 토대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아웃풋을 만들어낸다. 톰과 댄은 사람을 투자했다.


투자를 받는 사람은 어떤 태도를 보여야할까?

"첫 번째 규칙은 그 무엇도 허위로 가장하지 않는 것이다. 겸손해야 하며 다른 사람이 된 척하거나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리더의 위치에 있으므로 영이 서지 않을 정도로 지나치게 겸손한 것도 경계해야한다. 물어볼 필요가 있는 것은 물어보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인정을 하되, 사과는 하지 말아야 한다.

가능한 빨리 익히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지식을 가진 것처럼 가장하는 행태보다 더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것은 없다. 진정한 권위와 리더십은 스스로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가장하지 않은 태도에서 나온다."


"모든 단계에서 그들이 나를 믿어준 방식은 나의 성공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나는 아직 대표를 해 본 적이 없으니, 위와 같은 조직 의사결정 방식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다. ’정말 그렇게까지 따뜻하게, 신뢰를 바탕으로 조직이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도 언젠가 그런 조직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갈망이 커졌다. 일 욕심이 많고,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정직하고 싶다는 마음은 결국 ‘사람에게 투자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이어진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건, 밥 아이거가 말하는 리더십이란 단순한 권한의 행사가 아니라 누군가를 믿고 성장시키는 과정 그 자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겸손하게 배우고자 하는 태도,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빠르게 익히려는 자세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트럼본 오일 제조 사업에 뛰어들지 말라

"트럼본 오일 제조 사업에는 뛰어들지 말라. 세계 최고의 트롬본 오일 제조업자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전 세계의 트롬본 오일 소비량은 연간 수입 리터에 불과하다."


"안전제일주의를 경계하라. 위대함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에 뛰어들라."


"야심이 기회보다 앞서 달리게하지마라. 장래의 직무나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 불만과 조바심이 생길 수 있다. 야심은 현재의 책무에 충실하지 못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기에 생산성 저하라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우리는 빨리 성과를 보고 싶어한다. 그 이유는 다양하나, 팀의 리더라도 팀이 빠르게 성과를 보았으면 하는 욕망이 있다. 물론, 중요하겠으나, 성과에 매달리기 시작하면 '당장 될 것 같은' 것만 보기도 한다. 그 임팩트보다는 일단 성과를 보고싶기 때문이다.


위대함을 만들자. 제품관리자로서, 혹은 대표로서 우리는 이 미션을 잊으면 안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크고 의미 있는 일에 시간을 써야 한다. 단기적 성과나 남들보다 빨리 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진짜 리더는 그 욕망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다.

“될 것 같은 것”이 아니라, “되어야만 하는 것”을 택하는 것. 그것이 진짜 위대함을 향한 출발점이다.


밥 아이거가 말한 “위대함을 창출할 수 있는 일”은 단순히 돈을 벌 수 있는 시장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는 마블이나 픽사, 루카스필름을 인수할 때, ‘이 회사가 돈을 벌 수 있을까?’보다 ‘이 IP가 세상에 줄 수 있는 감동이 무엇인가?’를 먼저 물었다.

그리고 그런 감동을 줄 수 있는 콘텐츠는 결국 시장에서도 크게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리더가 할 일은 결국,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트럼본 오일”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안목을 기르는 일이다.

그게 작은 프로젝트 하나라도, 그 안에서 크고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위대함을 향해 한 발자국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 ‘할 수 있는 일’에 매몰되기 쉽다.

하지만 그럴수록,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 일은 정말 내가 시간을 써야 할 일인가?”

“내가 지금 투자하는 이 선택은 5년 뒤에도 여전히 가치 있는 결과로 남을까?”


지금이 아무리 작고 소소한 일이어도

그 일이 더 큰 비전과 연결돼 있다면

그 자체로 위대한 한 걸음이다.


본질적 자아를 잊지말자.

"어쩌면 우리 대다수가 이와 유사한 삶의 여정을 밞았는 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누구이고 어떤 상태에 이르렀든, 본질적으로 우리는 여전히 오래전 지금보다 단순했던 어느 시기의 꼬마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리더십의 비결 또한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에게 막강한 힘이 있고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온 세상이 부추기더라도, 본질적 자아에 대한 인식을 놓치지 않는 것이 바로 리더십의 비결이라는 얘기다."


"세상이 하는 말을 지나치게 믿기 시작하는 순간, 어느 날 거울을 보며 이마에 자신의 직함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이미 삶의 방향은 사라진 것이다."


"삶의 여정 어디까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든 나는 언제나 지금까지의 나와 같은 사람이다."


무엇을 만들지보다, 왜 만드는지를 먼저 생각하려 한다.

일이 커 보이지 않아도, 그 안에 내가 믿는 ‘가치’가 담겨 있다면 계속 해볼만한 일이라고 믿는다.

트럼본 오일이 아니라, 지금 이 일이 사람들에게 진짜 울림을 줄 수 있는 일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리더로서 나의 역할은 성과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성과가 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사람이 자랄 수 있도록 믿어주고, 성장을 방해하는 구조는 해체하고, 잘한 것을 빨리 발견해주는 문화

그것이 내가 만들고 싶은 팀이다.



기억하고 싶은 3가지 이야기

“될 것 같은 것”이 아니라, “되어야만 하는 것”을 택하자. 빠른 성과보다, 진짜 임팩트를 만드는 일을 선택하자.

사람에게 투자하라. 그리고 믿어준 만큼 자라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 조직의 위대함은 ‘신뢰의 크기’와 비례한다.

나는 여전히 예전의 나다. 리더십은 그 본질적 자아를 잊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직함이 아닌, 내면의 진정성이 방향을 만든다.


읽은 책

'디즈니만이 하는 것: CEO 밥 아이거가 직접 쓴 디즈니 제국의 비밀', 로버트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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