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두번째 글 - 어른의 방학

한 주 간의 연말 갈무리

by 이준

연말의 마지막 주는 오프 위크(off week)의 시간을 가집니다.

매년 크리스마스부터 신정까지 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인데요. 스스로 만든 시간은 아니고, 회사에서 제도적으로 만든 시간입니다. 처음 겪어보는 제도인지라 신기하면서도, 어색하기도 하더군요.

오늘은 1월 2일이니, 오프 위크가 끝나고 오랜만에 출근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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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수준 이론을 들어보셨나요?


대상(사건, 사람, 사물 등)과의 심리적 거리가 멀수록 추상적(상위 해석 수준)으로, 가까울수록 구체적(하위 해석 수준)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말이 조금 어렵지만, 대학생 시절을 떠오르면 이해가 쉽습니다.

학기초 세웠던 원대한 학기말 프로젝트 과제와 실제 학기말 제출시점이 다가왔을 때 현실적인 프로젝트 목표를 비교해보면 말이죠.


마찬가지로, 오프 위크 기간의 원대했던 이것저것 계획에 비해 출근날의 저를 비교해보니, 해석 수준 이론을 한번 더 증명한 것 같습니다.


지구멸망이 정해져있다면, 나는 어떤 일을 할까?

이런 생각 한번쯤은 해보셨을 거예요. 여러 콘텐츠의 주요 소재이기도 하고요. 저도 종종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는 데, 요근래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겠더라고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저는 그동안 못봤던 보고싶은 사람을 만날 것 같습니다."


지구멸망이 정해져 있다는 것은 먼 미래의 추상적인 목표를 위해 달려 나가는 것보다, 당장 내가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을 행동하게 될거에요. (*적고나니 이것도 해석수준이론으로 풀수도 있겠군요.)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제한적인 시간을 나의 의지대로 쓸 수 있는 시기가 되겠죠.


최근 퇴사 이후 2주 그리고 1주 동안의 오프 위크 동안, 저는 제가 갖고 있는 시간을 사람을 만나는 데 썼습니다. 대부분 오랫동안 못본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어요.


처음 사회생활을 함께했던 첫 회사의 동기, 많은 가르침을 주었던 이전 회사의 팀장님, 함께 일했던 동료 등 제가 걸어왔던 길에서 추억 하나씩을 함께했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 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나는 세상이 멸망하면, 내가 살아오며 좋은 추억을 나눴던 사람들을 만나며 나를 정리하겠구나."


스스로를 정리하는 것이자, 스스로를 정의하는 시간을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입니다.'를 스스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전이준 은 이런 사람이지'라고 타인을 통해 완성하고 싶은 욕망이 있나봅니다.


유난히 감사 인사를 많이 나눴던 연말

지난 해, 노력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기대없이 호의를 베풀고, 선의로 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전해주고자 했습니다. 대의명분으로는 '선이 악을 이긴다.'라는 명제를 철학으로 삼고 싶었고, 제 삶에 투영하고 싶었습니다.

친절히 항상 주변인을 대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친절이 항상 선을 의미하고, 화가 꼭 악을 의미하진 않으니 이를 구분하는 능력은 필요하겠습니다.)


작년에 함께했던 독서모임의 클럽장 분들에게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오탁민 님과 이동주 님이 진행하는 트레바리 독서클럽이었는데요. 두 분이 보여주시는 태도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혹시나 글을 보고 관심이 생긴다면, 트레바리에서 검색해보시면 됩니다.)

언제나 겸손하고, 친절한 태도로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경험과 지식을 나눠주시는 모습이 인상깊었어요.


그래서 제가 받은 친절과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연말에 받은 고마움의 이야기가 지난 한 해를 더욱 풍족히 만들어 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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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서 보니, 무슨 수강평 같기도하고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같기도 하네요.

주변에 피해야할 사람들 중 하나가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단순히 '내가 잘났어.'가 아니라 '너는 나보다 못 나야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오만할 수도 있지만, 저는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좋았어요.

어찌보면 타인을 통해 완성하고 싶은 내 모습이 '사람들이 고마워하는 사람'이어서 이렇게 행동했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드네요.


결과적으로 모두 좋았는걸요.


처음 겪는 어른의 방학이 끝났어요.

혼자 있는 시간이 길수록, 생각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시간을 쓰는 것 같아요.


방학의 마지막날은 아쉽지만, 학교에 가면 또 함께할 친구들이 있어 좋았는데,

회사생활은 어떻게 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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