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서른 두번째 글 - 고3병

어른들의 '고3병'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by 이준

'고3병'이 있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고2에서 고3을 올라갈 때 발생하는 병이 아니라, 고3이니까 해야하는 행동 규칙을 성인이 되어서도 겪는 것을 저는 '고3병' 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학창시절에 공부를 그렇게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못하는 학생도 아닌, 잘하고 싶은 '나'의 모습과 현실의 '나' 모습의 간극으로 힘들어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힘듦'은 다양한 종류의 힘듦이 있습니다만,

학생에게도 직장에게도 가장 힘든 순간은 '잘하고 싶은 순간'에 발생합니다.


특히, 회사생활도 그렇습니다.

차라리, 못하고 할 생각이 없으면, 그저 흐르는 대로 일하고 하루를 보내면 끝이 납니다.

문제는 내가 정말 잘하고 싶은데, 잘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힘듦은 그저 우리는 버텨내야만 하죠.


고등학생 때부터 딱 그랬습니다.

스트레는 모든 학생이 가장 심하겠지만, 가장 스스로를 갉아먹는 학생 성적 구간이 어딘지 아니나요?

(저 때는 9등급제 였으니) 3~5등급 사이의 성적을 받는 친구들이 그랬었습니다.


어느 날은 1,2등급을 맞기도 하고,

어느 날은 5등급까지 떨어지기도 하고,

그렇다고 열심히 안할 수는 없는,

실제로도 항상 무언가를 열심히는 하는 위치의 학생들이 그렇습니다.


경쟁에서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닌 그런 위치에 자리잡게 됩니다.

그렇게 제가 정의한 어른의 '고3병'이 발병하게 됩니다.


이 애매한 위치, 스스로를 갉아먹는 위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계속 발버둥을 치고,

그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물 밑에서 계속 발길질을 해야하는 사람들,

어른들의 고3병은 사회인이 되어서도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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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렇더라고요.

첫 단추였던 대학입시에서 남들이 아는 대학을 가지를 못했고,

첫 회사도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 지 설명해야했습니다.


타인을 통해 보이는 모습이 전부도,

그렇다고 해서 어떤 성공과 실패를 정의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나 스스로가 바라는 미래(to-be)의 나와 현재의 나(As-is)의 간극(Gap)을 메꾸기 위해,

늘 스스로 채찍질하고, 그래야만 한다고 살아 온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죠.


채찍질하고 힘들어하는 것도

참 모순적으로 스스로 '잘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고요.

(*가끔은 누군가 못해도된다고 이야기하거나, 충분히 잘해왔다고 이야기를 해주면 울컥하기도 하죠.)


그렇게 휴식은 참 어려운 선택이 됩니다.

우리는 늘 무언가 부족했고,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항상 무언가를 더 해야했거든요.

그 방식이 옳은 방식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유일하게 아는 방식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가끔은 온전한 성취, 자기계발도 완벽한 휴식도 아닌 방향성 없는 하루를 보낼 때가 발생하는데요.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서 잠을 잔다던가,

아니면 누워서 유튜브, 넷플릭스를 본다던가 말이죠.


그냥,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는 데

스스로를 마치 잘못한 사람, 시간을 낭비한 사람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것.


저는 이것을 어른들의 '고3병'이라고 부릅니다.

오히려 이 이도저도 아닌 시간들이 그 벽을 넘지 못하고 안에 가두는 것이 아닐까도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