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쉰 세번째 글 - 네트워킹

콜드스타드 이야기 중 원자네트워크에 대해

by 이준

베스트셀러 소설이나 인기 웹툰을 보다 보면, 이런 반응을 자주 마주합니다.


“와, 이 떡밥을 여기서 회수하네.”
“그때 A가 했던 행동이 결국 B를 위한 거였구나.”
“큰 그림을 어떻게 이렇게까지 그리지.”
“갓작가…”


독자는 ‘사건’보다 개연성(서사)에 감탄합니다.

처음엔 사소해 보이던 행동이, 뒤에서 의미로 돌아오고, 그

의미가 다음 선택을 밀어주는 순간. 그 순간이 작품을 작품으로 만들죠.


요즘 저는 '콜드스타트'를 읽으며, 네트워크 제품도 이와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네트워크는 “기능”이 아니라 “서사”로 자란다

훌륭한 서사를 만들려면 최소한 이것들이 필요합니다.


주인공(누가)

주변 인물(누구와)

사건(무슨 일이)

감정(어떤 느낌이)

경험(그래서 무엇을 하게 됐는지)


네트워크 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자 네트워크(Atomic Network)는 결국 작은 집단의 연결에서 시작해,

최소한의 상호작용으로 경험 → 감정(가치)를 만들고, 그 감정이 다시 행동을 반복시키며 확장됩니다.


문제는, 제가 제품을 만들 때 이 핵심을 자주 놓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고객의 문제’를 정의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고객이 실제로 어떤 맥락에서,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관계가 발생하는지 즉, 서사를 설계하고 있었는지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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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실수: “문제→해결책”으로 끝내버리는 것


예를 들어, 어떤 B2B 서비스를 운영하는 PM이 있다고 해봅시다.


고객사는 매출이 어렵다

원인을 보니 마케팅 역량이 부족하다(전문 인력 없음)

그래서 마케팅 제휴 서비스를 제공하면 매출을 올릴 수 있겠다


언뜻 보면 논리적으로 완벽합니다.


맥락에서 문제를 찾고, 원인을 밝히고, 해결책 가설도 세웠습니다.

검증만 하면 되는 것처럼 느껴지죠.


그런데 이런 시도는 십중팔구 임팩트를 못 냅니다.

왜냐하면 ‘해결책’은 있지만, 서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크 제품에서 ‘등장인물’은 생각보다 많다


마케팅 제휴 서비스를 다시 보겠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등장인물은 두 명(혹은 두 조직)입니다.


B2B 고객사

마케팅 제휴업체


하지만 실제로 “성공 경험”을 만들려면, 인물이 더 필요해집니다.


고객사의 고객(최종 소비자)

그 소비자가 설득되기 위해 접하는 접점/채널/콘텐츠

의사결정자, 실무자, 파트너 담당자, 내부 승인자...


결국 4명에서 시작해 금방 수십 명으로 늘어납니다.


소설이나 웹툰이 1화에서 10명의 주요 인물을 한꺼번에 던지지 않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독자는 관계를 따라가며 몰입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제품에서 종종 반대로 합니다.


등장인물을 한 번에 늘려놓고,

“이들은 이런 관계입니다.”라고 문서로만 선언합니다.


그럼 사용자는 어디서 ‘흥미(가치)’를 느낄까요?



네트워크 가설은 ‘관계의 장면’으로 써야 한다


그래서 네트워크 제품의 가설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고객 문제 → 해결책’이 아니라,

최소 등장인물 간 행동·관계·감정(가치)로 ‘장면’을 먼저 설계해야 합니다.


원자 네트워크는 결국 이 장면이 반복되면서 생기니까요.


서사가 없는 네트워크 가설은,

그럴듯한 주인공만 있는 시놉시스에 가깝습니다.


“네트워크 제품의 가설은 ‘고객 문제→해결책’이 아니라,

최소 등장인물 간 행동·관계·감정(가치)으로 서사를 설계해 ‘원자 네트워크’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템플릿 예시) 원자 네트워킹 템플릿

초기 집단 정의(누가?)

운영자(주인공) / 고객사 담당자 / 파트너 담당자

핵심 상호작용(무슨 행동?)

A가 B에게 X를 보낸다 / 요청한다 / 공유한다 / 승인한다

교환되는 가치(어떤 감정?)

그 결과 A는 Z라는 보상(안도, 효율, 신뢰, 성취)을 느낀다

반복의 조건(왜 또 하게 되나?)

그 보상을 경험한 A는 동일 행동을 반복한다(루프)

확장의 트리거(어떻게 다음 인물로?)

C는 그 행동을 보고 참여한다 / 후속 행동을 하며 새 경험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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