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예순 두 번째 글 - 이름

이름이란 신기한 것이다.

by 이준
이름이란 신기한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름을 가지고 이싿. 부모에게서 주어진 이름은 그것이 자신의 마음에 들든 그렇지 않든 거기에 담긴 부모의 바람과 센스가 어떠한 것이든, 그것은 일생동안 나와 함게 길을 가게된다.
...
그러나, 자연계에서는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개와 고양이가 서로를 '스코티시 테리어'나 '러시안 블루'와 같은 종류로 인식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
그래서 자연에 이름을 부여하는 행위는 인간 생활 양식의 일부로서 자연을 동일화하는 작업의 요점이란 의미에서 '인간의 자연지배'의 상징이다.
- <대학생이 알아야할 리얼철학>, 오오하시 모토이


나는 개명을 했다.

30살까지 쓰던 이름을 바꾼 것이다.

부모님도 뜻밖의 반대없이, '스스로 좋은 이름을 바꾸는 것도 좋다.'며 흔쾌히 허락했다.


이름을 바꾸는 것도 단순히, 마음에 드는 이름을 고른 것도 아니다.

철학원에 가서 50만원의 돈을 주고, 몇 가지 이름을 가져온 뒤 스스로 선택해 바꿨다.

법원에 가, 개명신청서를 작성하고 생각보다 간단히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다.


왜 이름을 바꾸었는 지를 생각해보면,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이 이름과 함께한 세월이 어렵기도 했었던 것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새출발을 위한 새로운 이름을 갖고 싶었다.


가끔은, 여전히 과거의 이름을 가진 '나'가 따로 존재하는 것만 같다.

과거에서 여전히 고군분투하며 이름을 사수하고, 현실과 마주하는 내가 있다.

새로운 이름에게 새로운 미래를 안겨주기 위해, 과거의 나는 과거의 일이 현재의 나를 방해하지 않도록 막아주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든다.


여튼, 그렇다.

이름은 인간만이 가진 특권과 같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의미를 되새겨준다.


이름.png


이준 6년차,

새로운 이름을 선택하고, 하사받을(?) 때, 철학원 선생님이 그랬다.

당장은 그 이름의 덕을 느끼진 못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를수록 느끼게 될것이라고 말이다.


당연(?)한 말이었겠지만,

이전 이름은 사주팔자와 맞지 않고, 이름에 쓰지 않는 한문이 들어가서 합법적인 명분도 만들어주었다.

갈수록 과거의 이름을 가진 '나'가 안쓰럽다.

이런 탓, 저런 탓을 오롯히 스스로 견뎌내고 있구나.


고맙기도, 고생스럽기도, 수고하기도 하는 그.

그렇기에, 오늘을 만들어 준 과거의 나에게 다가올 미래를 잘 만들어보겠다는 약속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