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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 Nov 05. 2020

20.10.26의 감각노트

"커피 한잔 할까?"

감각(感覺, sense): 외부의 물리적 자극에 의해 인간의 의식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감각 기관이 외부의 물리적 자극을 전기적 신호의 한 형태인 활동 전위로 바꾸면, 신경을 통해 뇌까지 활동 전위가 전달이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좁아진 반경.

반복되는 일상 루틴. 

지나갈 수 있는.

잊힐 수 있는. 

그런 저런 감각에 대한 생각 기록




"커피 한잔할까?" 

아주 오랜만의 커피.

딱히 커피를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물만 먹기 한 이후로 굳이 싶어 먹지 않았던 차였다. 

문득, 오늘은 유난히 라떼가 생각났다.


미약하게 남은 커피의 쓴맛과 우유의 담백함의 조합. 

오랜만의 커피는 여러 기억을 상기시킨다.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오래되지 않았다.

대학생때까지만 해도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고,

항상 카페에 가면 레몬에이드를 즐겨먹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커피향은 좋아도 쓴맛은 영...

강렬한 신 맛의 레몬에이드 원츄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건 직장생활을 시작하게된 시점으로 가게된다. 


'커피 한잔할까?' 

직장생활에서 종종 듣는 이 말.

단순히 커피를 마시자는 이 말이 누구와 언제 먹게되냐에 따라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아침에 누군가 보내오는 '커피 ㄱㄱ?'는 에너지를 충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팀장님이 업무시간에 갑자기 '커피 한잔할까?' 라는 메시지는 걱정의 마음으로

평소 말이 없던 이사님이 느닷없이 보내오는 '커피 한잔할까?'의 말은 마음의 준비를 하며 

카페로 내려간다. 


처음엔 메뉴 선택에 매우 힘들었다. 

나는 커피를 싫어하는 데... 그렇다고 비싼 레몬에이드를 시키기엔 눈치가 보이고..

아메리카노는 도저히 안되겠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라떼였다. 


우유 덕분에 아메리카노만큼 쓰지도 않고, 그래도 커피를 마신다는 느낌도 낼 수 있고

아메리카노 보단 조금 비싸지만, 그 정도는 보통 이해해 주기에 부담스럽지 않게 선택할 수 있었다. 

그것이 커피를 싫어하던 내가 라뗴와 친해지게된 계기였다.


자연스럽게 점점 졸리거나, 힘이들 때 아니면 저절로 몸이 라떼를 찾을 때가 생겼고

천천히 커피와 나는 가까워졌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누군가 말을 꺼냈다. 


"커피 한잔하고 들어갈까?" 

아주 오랜만에 들은 말이다. 

다시 사회에 내가 돌아왔구나.

다시 내가 누군가와 커피를 마시며 여유와 압박감을 공유할 사람이 되었구나.

다시 내가 누군가 이야기를 하며 대화할 이유가 생긴 사람이 되었구나. 

아주 오랜만의 돌아온 감각이다.

다시 시작해야할 때가 되었구나.    


오늘의 사진  


일일이 핸드드립을 내려가며 커피를 만들어주는 스트라이프 커피

다섯대 정도를 내려놓고 일일이 기다린다. 


물론, 대기 시간은 길어질 수 밖에 없지만

어차피 여유가 있다면, 커피 없이 앉아 이야기하며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단, 직장인의 경우라면 너무나 아까운 대기시간... 



화이트톤이 인상적인 인스타그램 피드.  


이젠 없으면 어색한 마스크.

먹을 때는 벗고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역설적으로 이때 이래도 되나 싶을때도 있다.  


비싼 원두들... ㅎㄷㄷ

150g에 15,000원..?

커피의 세계란...   


원두향은 진한 향기를 풍겼다.

향은 참 좋은데..

향을 맡고 생각하는 맛은 그 쓴 맛이 아냐...  


오늘도 난 라떼 라떼

달달한 라떼는 힘을 주지.  


커피 얼음이 인상깊다.

녹여 먹는게 정석(?)인 것 같은데

시간 관계상 얼음 먼저 깨면서 먹고 그 때 같이 우유를 먹어주면 달콤달콤하니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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