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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 Nov 05. 2020

10월의 회고

평범과 특별함 그 사이, 너무 느리지도 않게 너무 빠르지도 않게

1.

약 보름 정도 회사로 출근했다.

많은 회사를 다녀보진 않았지만,

회사의 첫 인상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뭐랄까...

어떤 업무나 사람 이런 문제가 아니라


그냥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의 느낌이 좋은 지, 나쁜 지가 크게 좌우하는 것 같다. 

그것은 객관적인 그리고 의도에 의해 변화가 있는 물질적인 부분이 아닌

그날의 날씨, 기분, 냄새에 영향을 받는 나의 주관적인 이상적인 느낌에 가깝다. 

마치 소개팅처럼. 

매일 아침, 지나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향하는 땡땡거리.

2.

날씨가 좋아서일까

출근 시간이 여유로워서 일까

사람들 인상이 좋아서 일까

아니면 건물이 예뻐서일까. 

만약 소개팅 상대방이라면,

몇 번 더 만나보고 싶은.

그런 느낌이 좋다. 


3.

지금까지 3군데의 회사를 다녔다.

회사 선택이 늘 최선의 선택이 되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회사를 들어가는 것만큼, 나오는 선택도 지금보면 참 아쉽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그럴때마다 늘 되새긴다.


나의 지난 날의 기록들이 성공인지 실패인지 

좋은 선택이었는 지, 나쁜 선택이었는 지는 죽기전에만 평가하자. 


4. 

출근과 퇴근이 루틴하게 돌아가고 있다.

아침 8시에 일어나, 밥을 먹고 샤워를 한 후 용산역으로 걸어 향한다. 

9시 17분경 출발하는 경의중앙선을 1-1에서 탑승해, 왕십리에서 내려 수인분당선을 타고 압구정로데오역에 내린다.


4번 출구로 나와 10분 정도 걸으면, 회사에 도착한다. 

회사에 도착해 걸은 숫자를 확인해보면, 약 2500보를 걸었다.

그렇게 일을 한 후, 6시에 회사를 나와 집으로 향해 7시쯤 집에 도착한다. 


5.

이 평범함이 얼마나 특별했는 지 깨닫는다.

보통의 사람처럼 회사로 나가 경제활동을 하고

사람을 만난다. 

때론 지겨웠던 이 루틴을 다시 생기는 데 굉장히 많은 언덕을 지났다. 


6.

시간의 상대성이란 내가 어떤 위치에 서있는 지 생각하느냐에 따라 크게 갈린다.

내가 20대 초반 일땐, 20대 빠르게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는 것도 많아질테고

아는것이 많아지면,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질테고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면, 더 많은 것을 꿈꿀 수 있다 믿었다. 


7.

아주 어렸을 때, 

이 삶이 영화라면, 당연히 주인공 역할의 나를 그렸다. 

전쟁영화에서 끝까지 살아 남는 전쟁 영웅

탐정영화에서 결국 해결해내는 탐정

로맨스영화에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남자주인공. 

어찌보면, 그런 꿈은 어리면 어릴수록 쉽게 그릴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캔버스 삼아 그려지는 것이다.

 

8.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삶이 영원히 늘어는 캔버스가 아니라, 

이제 아무것도 묻지 않는 하얀 캔버스의 크기도 점점 보이는 것 같다고. 


9.

삶의 소중함은 거기서 시작됐다.

아,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지.

그건 나도 예외는 아닌 거였지.

그건 20살, 30살이라는 나이에 당연히 잊고 지낼 정도로 먼 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겐 이미 꽉채워진 캔버스가 될 수도 있는 것이지. 

그건 나를 포함해

내 곁의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인 게 맞는거지. 


10.

당장의 평온한 일상이 너무나 조용하고,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불과 1년전 이 맘땐 투석실에 있었고

1년이 지난 지금은 다시 난 책상에 앉아잇네.

또 1년이 지난 내년의 내 모습은 괜찮을까? 


11.

이 그리웠던 평범함이 만든 변화는

더 이상 이 시간들이

너무 빠르지도 않게,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도 않게.

평범함과 특별함 그 사이 어딘가 있는 오늘이 남들과 같은 속도로 지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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