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기업의 브랜드 스토리 디자인
브랜드 그 자체만으로 힘을 갖고 있는 기업이 있다. 단순히 디자인이 예뻐서 혹은 기능이 좋아서 그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 제품을 갖는 것 자체로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다. 대표적으로 애플(Apple)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을 세상에 등장시킨 애플은 세계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
단순하고, 창의적이며, 삶을 바꾸는 혁신이 담긴 애플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이용자는 새로운 가치를 얻는다. 스티브 잡스의 철학이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고, 이용자와 만나며 새로운 브랜드 스토리를 완성하는 것이다. 흔히 그렇게 만들어진 '애플 감성'이 이용자에게 매우 강력한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최근 구입한 패션 잡화 중 브랜드 스토리가 인상 깊었던 곳도 있다. 로우로우(rawrow, https://rawrow.com/)와 프라운스(prouns, http://prouns.com/)다. 로우로우는 이미 알고 있던 브랜드, 프라운스는 이번에 검색을 통해 알게 된 브랜드다. 백팩과 브리프 케이스가 필요하던 차였다.
백팩 구입은 어떤 브랜드를 구입할 것인가의 고민이 아닌, 로우로우 제품 중 어떤 백팩을 고를 까 고민했다. 검색, 비교를 제치고 어떻게 한 번에 그런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었을까?
로우로우의 제품은 언제나 본질에 집중한다. 화려한 디자인을 자랑하진 않지만, 심플하고 가방 자체의 질이 훌륭해 오래 튼튼히 사용할 수 있다. 담백한 맛이 느껴지는 제품이다. 구입한 가방도 그러하다. 문서, 필요 이상의 특별함을 담고 있지 않다. 노트북과 책 등을 수납할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 무거운 짐을 넣어도 튼튼한 가방, 심플한 가방이 돋보인다.
프라운스는 이번에 처음 알게된 브랜드다. '가죽 봉투'이라는 키워드 검색으로 발견한 브랜드인데, 제품 컨셉이 흥미롭다. 놀랍게도 프라운스에는 같은 제품, 즉 기성품이 없다. 모든 제품의 디자인이 다 다른 특별 한정판이다. 다양성의 시대, 개인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제품을 통해 구매자가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한다.
브랜드 스토리는 이처럼 매력적이다. 제품에 담긴 철학과 이야기는 구매자에게 제품 구매 이상의 가치를 전해줄 뿐아니라, 충성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 어떻게 브랜드 스토리는 만들 수 있을까?
이 이야기를 일본의 장수 기업을 통해 바라 본 책이 있다. 호소야 마사토의 <브랜드 스토리 디자인>은 어떻게 일본 기업이 오랜 기간에 걸쳐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으며, 브랜드 스토리가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오랜 기간 변하지 않는 브랜드 스토리를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본 200년 이상 된 기업이 3,900개 있어 브랜드 천국이라고도 불린다. 책은 브랜드 스토리의 구조를 먼저 이야기한다.
브랜드 스토리 구조는 주춧돌이 될 '보편적 가치'와 스토리의 기둥이 되는 '과제와 새로운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래 주춧돌 역할을 보편적인 가치는 오랜 기간동안 브랜드를 유지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고유의 가치를 의미힌다. 반대로 스토리 기둥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롭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 고객에 맞춘 기업의 도전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오래된 가치를 버리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서 브랜드를 이어가기 위함이다.
① 지효성이 있을 것
지효성이란, 브랜드 오랜 시간에 걸쳐 고객에게 스며드는 가치이다. 더 쉽게 이해하자면, 즉시 브랜드의 효과를 바라는 즉효성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처음 언급한 프라운스를 예로 살펴보자. 각 상품의 디자인을 다르게 만들어 고유의 개성을 고객에게 전해주는 브랜드가 특정 디자인이 인기가 있어, 대량 생산에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제품의 브랜드 스토리 자체를 잃고 말 것이다. 지금 당장 눈길을 끄는 디자인과 좋은 디자인은 의미가 다르다. 당장 상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좋다. 고객의 마음 속에 우리 제품이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서서히 고객에게 스며들 때, 함께 고객과 스토리를 써 내려갈 수 있다.
② 배울 점이 있을 것
고객은 이제 제품을 '안다'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이미 많은 정보가 웹 상에 존재하고 있고, 많은 제품도 존재하는 시장에서 '디자인이 예쁘다', '독특하다'만으로는 고객에게 어필하기 힘들다. 이 제품을 구입하면,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발휘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브랜드가 성장하면, 고객도 성장한다. 상품이 고객에게 새로운 지식되면, 그 브랜드는 굳건한 가치를 더하게 된다.
③ 원풍경이 있을 것
원풍경이란, 이미 마음이나 기억 속에 깊숙하게 자리 잡은 원시 풍경이다. 실재하는 풍경이 아닌 하나의 이미지로 존재할 수도 있다. 전화기를 떠올려보자. 우리 세대는 스마트폰 혹은 폴더본이 원풍경으로 존재할 수 있다. 더 위로 세대가 올라가면 선이 있는 집전화가 될 수도, 다이얼을 돌리는 전화기도 될 수도 있다. 전기밥솥을 생각해보자.
원풍경을 활용한 광고 메시지를 자주 볼 수 있다. 옛 밥솥, 아궁이에서 지은 밥이 맛있다는 원풍경을 바탕으로, 밥 맛을 강조한다. 고객의 기억과 추억을 더듬어 원풍경을 찾는 것은 좋은 주춧돌이 된다.
① 이시야 제과 '시로이 고이비토' - 지효성
이시야 제과의 '시로이 고이비토'는 홋카이도 기념품의 대명사라고 불린다. 1976년 처음 출시한 이후 홋카이도가 관광지로 주목받으면서 시로이 고이비토도 주목받기 시작한다. 기내식 과자, 공항 면세점 등에 자리 잡으면서 관광객들에게 일본의 기념품으로 인식되어 인기를 끌었다.
그러던 중 이시야 제과에도 위기가 닥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관광객이 줄자 매출도 급격히 감소한 것이다. 매출의 대부분을 관광객을 통해 만들어 내던 이시야 제과는 직접적인 매출 감소로 타격을 받는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이시야 제과는 시선을 내수 시장, 국내 고객으로 돌렸다. 홋카이도 지역민과 터치 포인트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관광객은 물론 지역민들도 즐길 수 있는 초콜릿 놀이 공원 '시로이 코이비토 파크'를 건설했다. 그 공원 옆에는 지역 축구팀인 콘사도레 삿포로 연습경기장까지 함께 건설하고, 메인 스폰서까지 담당했다.
상품 판매 채널도 새로 만들어졌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스타일의 카페와 샵 등 직영 매장을 3곳에 오픈했다. 핫케이크가 인기를 끌며 젊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관광객 대상으로 판매하던 포장 방식도 바꿨다. 시로이 고이비토를 알지만 먹어본 적이 없는 지역민을 위해 낱개 판매를 실시했다.
지역민과 접점을 강화하며, 기업의 브랜드 스토리를 지역민들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다. 단기간의 판매량이 아니라 오랜 기간 지역민의 마음 속에 자리 잡길 원하는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②세이유 '여러분의 보증' - 배울점
PB 상품의 이미지는 값이 싼 대신에 제품 품질도 떨어진다는 것이 있었다. 세이유의 PB인 '여러분의 보증'은 이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시작했다. 100명 이상의 사람을 모아 70%이상의 지지율을 얻은 제품만 출시한다.
그 결과, 기존 PB 상품 대비 판매 수량이 20%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제품 출시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소비자 테스트는 반복해서 시행됐다. 끊임없이 품질 향상을 의식하며, 상품 개발력 향상을 하고 있다.
패키지 디자인도 이채롭다. 세이유의 PB 상품에는 가격뿐 아니라 지지율도 함께 보여준다. 가격과 지지율을 동시에 보여주며, 저렴함과 신뢰라는 가치를 동시에 만들어 낸다.
③ 스타벅스 커피 재팬 '인스파이어드 바이 스타벅스(inspired by starbucks)' - 원풍경
스타벅스 커피 재팬은 주택가에 출점한 매장이 있다. 보통 주요 상권에 위치한 스타벅스와 다르게 동네에 우리가 흔히 아는 스타벅스 로고나 간판도 걸치 않은 형태로 운영한다.'Your Neighborhood and Coffee' 라는 컨셉의 매장이다.
일반적인 스타벅스 매장은 '출발지'에서 '목적지'로 가는 도중 만나볼 수 있는 존재라면, 인스파이어드 바이 스타벅스는 이 자체가 목적지가 된다. 지역 속에 녹아있는 스타벅스라고 볼 수 있다. 흔히 아는 동네 카페와 같다.
이 매장은 내부에서도 특이점을 볼 수가 있다. 매장 직원들은 마치 평범한 카페 주인인 것처럼 옷을 입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앞치마나, 네임택 등을 달고 있지 않다. 낮은 카운터도 인상적이다. 단순 결제의 창구가 아닌 옆집 동네 주민처럼 편안히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다. 카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커뮤니티 역할을 한다.
이 형태는 일본의 찻집 문화로 부터 기원한다. 특별함이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동네 편안한 마실, 모임을 위한 장소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미 메가 브랜드인 스타벅스의 지역화가 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책은 2019년에 발행된 것으로, 그리 멀지 않은 1년 전의 이야기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코로나 이전 시대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게 멀지 않은 과거의 내용이지만, 현재는 또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객 대상의 상품이 주 상품이었던 이시야 제과는 지역민 대상으로 우선 확장하는 선택은 선경지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쿄, 해외로 진출을 꿈꿨던 부분은 환경이 변함에 따라 또 다른 도전 과제가 되었을 것이다.
세이유의 PB상품은 언택트 형태의 구입 방식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고, 스타벅스는 직접적인 매출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중요한 점은 어떤 환경 변화가 다가와도, 그 본질을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거다. 여전히 이시야 제과는 지역의 고유 제과를 팔며 지역민과 밀착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며, 세이유의 PB 상품은 고객에게 인정받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스타벅스 또한 지역 환경에 맞춰 고객의 마음 속에 있는 카페 이미지에 들어가고자 노력 중일 것이다.
결국, 본질이 중요하다.
브랜드 스토리는 단 기간에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브랜드 스토리 가치를 계속 이어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본질을 지켜가면서 새롭게 주어지는 환경 속에서 도전하는 것이 브랜드를 지키고 이어나가는 방법이다.
읽은 책 - 브랜드스토리디자인
호소야 마사토 지음, 김현정 옮김/비엠케이(B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