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의 불합격, 마지막 도전
나는 변호사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로스쿨 졸업생이다.
로스쿨만 나오면 변호사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좀 있는거 같아서 설명을 하자면 로스쿨 3년을 마치고 졸업시험에 통과하면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나는 졸업시험은 다행히 한 번에 통과하였지만 변호사시험에 네 번 불합격하여 다섯번째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변호사시험은 졸업 한 해부터 5년 동안 다섯번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다섯번째 시험이라 함은 내 인생 마지막 변호사시험인 것이다.
서른살에 로스쿨에 들어가 벌써 서른 여섯살이 되었다.
변호사시험에 처음 낙방한 이후로 계속 신림동 고시촌에 살면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고시촌 살이 4년차. 이렇게까지 고시촌에 오래 살 생각은 없었는데...내가 이렇게 계속 불합격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내가 이 곳에 처음 온 이후로 어느 가게가 새로 생기고, 어느 가게가 문을 닫고, 어느 밥집이 맛있고, 어느 카페가 친절한지 등등 내가 원래 살던 동네보다 이 곳을 더 잘 알게 되었다. 서글프다.
3시 때까지는 마냥 열심히하면 합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합격해 나가는걸 보면서 나도 열심히하면 합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시험이란 것이 열심히 안하는 사람은 없고, 한 끗 차이로 합불이 갈리기 때문에 나는 항상 한 끗 차이로 떨어졌다. 사실 한 끗이란 것이 말이 한 끗이지 나에겐 도저히 넘기 어려운 거대한 장벽같이 느껴진다. 사람들은 말한다. 내가 열심히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운이 없어서라고...그럼 나는 생각한다. 왜 나는 운이 없을까. 왜 나만 운이 없을까. 나의 때는 언제일까. 하고.
내가 고시촌에 박혀 공부를 하는 동안 친구들은 결혼을 하고, 이직을 하고,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고 있다. 결혼식 때만 보던 친구들이라 하더라도 서로 결혼 소식은 알리곤 했는데 어느 날 카톡 프로필을 보니 결혼한 줄도 모르게 결혼을 한 친구들도 있었다. 나에겐 알리지 않은 것이다. 처음엔 서운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이해하게 됐다. 계속 공부 중인 나에게 갑자기 결혼소식을 알리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다.
오랜 시간 공부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힘들다는 말을 타인에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들 각자의 일상을 살아내기 힘든 세상이니깐. 버티는 건 나만이 아니니깐. 힘들다는 말을 했다가 돌아오는 말들에 상처받은 적이 종종 있다. 하지만 요즘 이를 망각하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에 징징충이 되고 말았다…
누구나 위로가 필요한 요즘 세상에 누구에게 힘들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누구에게 말할까? 챗쥐피티?심리상담사? 그래서 나는 브런치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곳에서 수험생활을 하며 겪는 일들, 감정들을 쏟아내듯 배설하고 나면 나는 좀 덜 외롭고, 좀 덜 힘들게 될 것 같아서다. 그럼에도 자기검열이 심한 터라 내가 선택한 공부를 하면서 힘들다고 징징대지 말라고 누군가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약한 보통 인간이기 때문에 계속 나 힘들다고, 나 좀 합격시켜달라고, 나 정말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나 정말 잘할 수 있다고 계속 외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