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공부가 무르익는 때가 있다.

로스쿨 실무수습기

by 오뚝이

로스쿨을 졸업하려면 일정 시간 실무수습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로스쿨 학생들은 2학년 1학기 여름방학에 실무수습을 한다. 법원, 검찰, 로펌, 공공기관, 공익변호사단체 등 다양한 곳에서 실무수습을 한다.


나는 경찰과 로펌, 두 군데에서 실무수습을 했다. 내가 일한 로펌에서 나의 지도변호사는 직장을 다니다가 뒤늦게 로스쿨에 들어가 변호사가 된 3년 차 변호사였다. 나는 다른 로스쿨 학생 한 명과 함께 그곳에서 지도변호사의 지도를 받으며 일했다.


모든 게 신기하고 재밌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현재 지도변호사가 맡고 있는 실제 사건 중 형사사건 한 개, 민사사건 한 개의 준비서면을 직접 써보는 것이었다. 관련 판례를 찾아보고 의뢰인과 직접 전화통화도 해보았다. 함께 실무수습한 그 친구와 나는 일도 일이지만 서초동 맛집 탐방에도 진심이어서 매일 점심에 맛집 탐방도 했다. 서초동에서 일하는 변호사들, 직장인들이 갈 만한 밥집에서 밥을 먹으며 마치 사회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누렸다.


지도변호사는 워낙 바빠 따로 대화를 나누거나 할 수 없었지만 실무수습이 거의 끝나갈 무렵 우리에게 맛있는 저녁을 사주시며 이런저런 좋은 얘기들을 많이 해주셨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자신은 4번 만에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는데 사람마다 공부가 무르익는 때가 있는 거 같다고 우리에게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했다. 사실 그때는 로스쿨 2학년이었기 때문에 내가 시험에 이렇게나 많이 떨어질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그래서 그 말을 그냥 흘려들었다. 그런데 다섯 번째 시험을 준비하는 지금. 그때 그 지도변호사가 해준 말이 계속 생각난다. 사람마다 공부가 무르익는 때가 있다… 변호사시험은 다섯 번만 볼 수 있기 때문에 다섯 번 안에 공부가 무르익어야만 한다. 지금이다. 나의 공부가 무르익는 바로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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