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 의사 선생님과 친하면 좋은 점
고시촌에는 대로변에만 한의원이 세 군데가 있다. 두 군데는 내가 고시촌에서 살기 시작하기 전부터 있었던 곳이고 나머지 한 군데는 작년에 새로 생긴 곳이다.
새로 생긴 곳이 학원이랑 가까워서 한 번 가보았다. 어깨통증이 너무 심해서 한의원이 마음에 들면 꾸준히 치료해 볼 작정이었다.
카운터에 등록을 하고 원장님을 만났다. 간단한 신상조사? (무슨 시험 준비하는지 등)를 하고 어깨통증은 사실 침치료로 완전히 해결할 수 없고 평소 자세를 바르게 해야 한다며 평소에 어깨에 긴장을 풀고 어깨를 내리는 연습을 많이 하라고 하셨다.
침 맞으러 가기 전에 한 방으로 안내받았다. 그곳에는 물침대가 있었다. 물침대에 누우니 마사지 기능이 있는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사지가 됐다. 여기는 천국인가…… 누워있는 동안 천국을 경험했다. 잠들 뻔했다. 물침대 만으로 이 한의원을 계속 다닐 명분이 생겼다. 침 맞고 물리치료하고 부항을 떴다.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날은 어깨가 가뿐해서 공부를 잘할 수 있었다.
학원 사람들에게 그 한의원에 가보라고, 그 한의원에 물침대가 있는데 정말 극락 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홍보대사가 됐다. 내 말을 듣고 학원 사람들 몇 명이 한의원에 갔나 보다. 다음에 한의원에 가니 선생님이 학원 분들이 오셨었는데 어떻게 알고 오신 거냐고 물으니 00 씨가 추천해 줘서 왔다고 하더라고요. 고맙습니다~라고 하셨다. 아 네 뭐.. 살짝 머쓱해하며 그날도 극락 가는 물침대에서 마사지를 받고 침을 맞았다.
점점 학원 일정이 더 바빠지고 시험이 가까워져서 한의원을 갈 수 없었다. 몇 달간 한의원에 가지 못하고 있던 중 12월 즈음에 한의원에서 문자가 왔다. 00님 시간 되실 때 한의원 들러주세요. 드릴 것이 있습니다. 문자를 받자마자 비타오백을 사들고 한의원에 갔다. 선생님은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주셨다. 거기에는 ’ 당신을 응원합니다 ‘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꼭 합격하세요.라고 쓰면 혹여나 부담될까 봐서 응원한다고 썼어요. 시험 잘 보세요~‘ 눈물이 핑 돌았다. 아무리 단골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챙겨주시다니. 합격을 하고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결국 나는 합격하지 못했다. 다시 고시촌에 왔지만 어쩐지 그 한의원을 다시 갈 엄두가 안 났다. 합격 못했다는 말을 꺼내기도 싫고 이런저런 얘기할 기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날이 어깨는 더 아파왔고 가끔씩 손이 저려서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다시 그 한의원을 찾았다. 선생님은 작년과 똑같이 나를 반겨주셨다. 원장실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사실 합격 못했어요. 합격하고 찾아오려고 했는데 불합격했다는 말하기도 좀 뭐해서 못 오고 있었어요.라고 하니 선생님은 아유 괜찮아요.라고 하시며 자신은 대학을 삼수했다고 그 당시에 읽은 책이 있는데 그때는 재수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맞는 말 같다고 하시며 그 책은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이란 없다고 했다며 격려해 주셨다.
침을 맞는데 선생님이 재밌는 얘기 해드릴까요? 하시며 최근에 보이스피싱 당하신 썰을 풀어주셨다. 최근에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갔는데 차 안에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딸을 납치했다고 하면서 딸이 울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납치범이 당장 돈을 보내라고 해서 선생님은 우리 딸과의 비밀암호가 있는데 비밀암호가 뭔지 물어보라고 하셨다고 했다. 보이스피싱범은 당황해서 말이 없다가 소름 돋게도 똑똑하시네~하며 전화를 끊었다는 것이다. 어우.. 못된 놈들..
그리고 작년에 카운터에 있던 00씨는 지금은 어린이들한테 수영을 가르치고 있어요~(00씨는 무척이나 밝으신 분이었는데 나보고 ‘실장님’이라고 부르던 분이었다.. 껄껄.. 에너지 넘치던 mz 직원분이었는데..). 정말 잘 어울리네요.
선생님은 치료를 다 받고 나온 나에게 파이팅! 하며 두 팔 들어 응원해 주셨다. 이 척박한 고시촌에도 사람 냄새나는 선하고 좋은 사람은 있다. 이제 다시 한의원을 꾸준히 다니며 어깨치료도 하고 선생님으로부터 좋은 기운도 많이 받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