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친한 언니와 힙한 파스타집에서 파스타를 먹고 있는데 여성 두 명이 들어왔다. 친한 언니의 지인들이었다. 자연스레 합석을 하게 됐다. 나는 마음속으로 무척이나 낯을 가렸지만 티 내지 않고 그냥 웃고 있었다. 한참 얘기를 하다가 한 언니가 말했다. 근데 00 씨는 변호사 준비하는 사람 같지 않아 보여요. 옆에 있던 언니도 동조했다. 나는 너무 후리해 보이죠? 하며 머쓱하게 웃었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전혀 안 나빴음). 두 번째 변시를 마치고 파마한 부스스한 머리에 운동복이 아닌 일반적인 외출복을 처음 입고 화장도 안 하고 나간 거니까 어딘가 어리숙하게 보였을 것이다.
학원 건물 1층에 카페가 있는데 그 카페에 매일 출석도장을 찍다 보니 어느새 카페 사장언니와 말을 트게 됐다. 그 언니와 몇 달 동안 매일 보다시피 하니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게 됐는데 언니가 말했다. 00 이는 학원 애들이랑 좀 다른 거 같아. 외국에서 살다 온 사람 같기도 하고 막 독하고 파이터 기질이 있는 거 같지 않아~(그런가? 초중학생 때 똘똘해 보인다는 소리 좀 듣던 사람입니다만…) 이때도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변호사에 관한 드라마나 영화가 무수히 많은데 거기에서 그려지는 변호사의 스마트하고 예리하고 지는 법을 모르는 면이 내게는 없다. 오히려 피곤에 절어 다크가 무릎까지 내려와 있고 머리는 질끈 묶고 지질하고 매가리가 없고 끊임없이 계획을 수정하고 다시 갈아엎고 왜 나는 딱딱딱! 이 안 되는 거냐며 열받아하는 면이 있을 뿐..
변호사가 될 상이 따로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건 만들어지는 것일까. 나는 아마 변호사가 되어도 지금과 같이 어딘가 조금 모지란 사람 같아 보일 거 같다. (사실 나의 추구미는 세련된 정장을 입고 힐을 신고 서류를 야무지게 팔에 끼고 파워워킹을 하는 당당한 여성이기는 함..) 나는 그냥 따뜻한 동네 변호사가 되고 싶다(이것이 나의 도달미). 찌르면 피 한 방울 안 나올 거 같은 그런 딱딱하고 권위적인 변호사 말고, 누구나 쉽게 찾아와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친근한 변호사. 동네 변호사. (그러기 위해 일단 합격부터 어떻게 좀 해보겠습니다!! )